신명 넘치는 풍물 가락을 고스란히 반영한 그림
오랜만에 색다른 옛이야기 그림책이 등장했다. 한솔수북에서 출간된 ‘호랑이 배에서 덩 딱기 덩 딱!’은 어떤 고난과 역경도 신명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우리 옛이야기의 철학을 풍물 장단을 닮은 그림에 담아 보여주는 책이다.
풍물 치는 팔 형제가 실컷 세상을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금강산에서 신명나게 풍물을 치는데, 난데없이 회오리 바람이 불어온다. 풍물을 안은 채로 휙 날아서 어딘가 처박혀 버린 팔 형제, 토끼랑 노루랑 너구리랑 멧돼지도 있는 그 곳은 알고 보니 호랑이 뱃속이었다. 하지만 풍물 치는 팔 형제의 신명이 어찌나 크고 밝은지 깜깜한 호랑이 뱃속에 볕살이 스며들고, 급기야 무서운 호랑이를 발딱 뒤집어 버리고 만다. ‘호랑이 배에서 덩 딱기 덩 딱!’은 흥겨움으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옛이야기의 철학을 개성 가득한 표현과 풍물의 운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에 담아 보여준다.
‘호랑이 배에서 덩 딱기 덩 딱!’은 평생 옛이야기를 찾아내고 공부한 신동흔 작가가 직접 수집하고고른 이야기다. ‘범 잡은 풍물잽이 팔 형제’라는 제목으로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린 이야기를 구술자의 입말을 살려 만들었다. 호랑이 궁둥이가 움직이는 모양을 ‘빨롬빨롬’, 햇살이 들어 환해지는 것을 ‘빠안해진다’, 호랑이가 뒤집히는 모습은 ‘홰딱’이라고 표현했으며 영차 영차 대신 ‘위역싸 위역싸’라는 의성어로 표현했다.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와 흥을 살려주는 입말에는 우리 옛이야기가 품은 위로와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마음 속에 담긴 신명을 마음껏 풀어낸 팔 형제의 즐거운 힘 앞에서는 호랑이조차 어쩌지 못했다. 웃음과 해학으로 위기를 넘어서는 내용을 담은 우리 옛이야기는 억눌린 백성의 마음을 보듬는 힐링 스토리였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는 시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는 옛이야기의 신명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생각하면 웃음이 실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면서 시나브로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다. 갠지 갠지 개갱! 이야기가 전하는 신명에 마음을 열어 보자. 흥겨운 풍물 가락과 함께 좋은 일이 훌쩍 다가올 것이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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