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총선을 1년 앞두고 전·현직 권력이 또다시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부터 시작된 기싸움이 총선까지 연장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로 ‘네 탓’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프레임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치권은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공방전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여당은 국가 재정 건전성과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마약범죄 등을 놓고 전임 정부의 관리 책임이 크다며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막대한 국가부채를 떠안았다면서 재정상태가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현재의 어려움은 과거 정부의 방만한 경영으로 비롯됐다는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면서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면서 야당의 서민 지원 확대 등에 선을 그었다. 이어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건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방치로 마약 범지가 퍼졌다는 점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검찰, 경찰은 물론 해경, 보건당국, 세관 등 많은 기관의 노력으로 마약 청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정부 당국의 방치로 마약이 국민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시키고 있다”라고 힐난했다.
또한 여당은 최근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 사기’에 대해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여당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도 대여(對與) 비판 발언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달 개봉하는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대해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면서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이제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다.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라면서 “이렇게 끊임없이 현실 정치 속에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현직 권력의 정면 충돌로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여야는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빌려 서로 공세를 강화하고 화력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