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등장은 신선했다.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에 등판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불과 10년 만에 제1야당 대표가 되었다.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에서 36세 나이로 헌정 사상 최초 30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이다. 임명직·선출직 등 공직 경력이 전무한 인사가 제1야당 대표가 된 것도 이 전 대표가 최초였다.
이 전 대표의 등장은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충격파 만큼이나 새로웠다. 일각에서는 ‘보수에 인물이 얼마나 없으면 새파란 젊은이가 대표를 맡았느냐’라는 탄식이 나왔다.
하지만 경쟁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30대 제1야당 대표는 신선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처신이 지나치게 가벼웠다는 데 있다. 2021년 11월 30일 이 전 대표는 휴대전화를 끄고 돌연 잠적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측과 갈등 끝에 야당 대표가 잠적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부산, 순천, 제주 등을 돌며 잠행을 거듭했고, 결국 울산에서 윤 후보와 만나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잠행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대표는 대선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윤 후보를 비꼬기도 했다.
당내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자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이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았다. 1월 6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사퇴 결의 제안까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자세를 낮추고 입장을 해명했으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윤 후보가 등장해 “다 털고 잊어버리자”라고 해 일단락 됐다.
윤 후보가 10%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길 것이라고 내다본 이 전 대표는 0.7%포인트로 윤 후보가 승리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전 대표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입지가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성접대 의혹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 교사 및 품위 유지 위반을 명목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에 회부되었고,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쯤에서 이 전 대표가 자중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당내에서 동정론이 솟아날 여지가 있었으나 이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당을 수렁으로 끌고 갔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두 번이나 꾸리는 등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쩔쩔 맸다. 3~5차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국민의힘은 한숨 돌렸고, 이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여론은 거세졌다.
최근 이 전 대표는 3·8 전당대회 국면에 등장해 자신의 계파 정치인들을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시켰다. 당내에서는 비윤(석열) 표심이 이들을 향하고 있지만 ‘유력후보’라는 무게감은 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대표가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