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바른정당 통합'에 반대하는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회가 28일 현역 의원 16명을 비롯해 총 2485명의 발기인 명단 참여로 창당발기인대회를 치른 가운데 이들이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이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을 확보,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할 경우 안 대표가 추진해온 통합신당 의석은 기존 국민의당 의석 수인 39석에서 28석 이하로 급격히 쪼그라든다. '마이너스 통합'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의석 수는 제4당이면서도 정치적 영향력은 3당인 통합신당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반면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할 경우 당장 이들 내부에서부터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들이 호남 정체성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는데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해 원내 존재감이 하락하게 되면 창당 명분마저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패할 경우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워지게 된다.
결국 교섭단체 구성이 안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신당'에 대한 견제 차원을 넘어 민주평화당 생존 자체를 위한 당면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교섭단체 구성이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은 16명이지만, 비례대표 의원 2명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민주평화당에 합류 가능한 지역구 의원은 14명이다. 적어도 6명 이상을 포섭해야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중재파 의원들의 몸값이 치솟는 형국이다. 현재 적극적으로 당내 중재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은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주승용 전 원내대표, 황주홍 의원, 이용호 정책위의장 등 5명으로, 안 대표 역시 '민주평화당 창당 견제' 차원에서 이들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중재파 의원들 중 일부가 민주평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 중 박주선 부의장과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안 대표가 '전당대회 전 사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른정당 통합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안 대표 측이 전당대회 전 사퇴를 끝내 거절하면 중재파 의원들 상당수가 민주평화당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대표 역시 중재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전당대회 전 사퇴에 선을 그으면서도 "29일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중재파에 전달한 상황이다.
다만 안 대표가 사퇴안을 거부하더라도 모든 중재파가 민주평화당에 합류할지는 의문이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의 경우 기본적으로 통합 자체에는 찬성하는 입장이고, 김동철 원내대표도 최근 "이제 와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통합 완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안 대표 측과 민주평화당 측은 중재파는 물론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진 않았지만 어느 한 쪽에 공개적으로 무게를 싣지 않고 있는 '호남계 중립파' 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대표 측의 '호남 의원 비판'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손금주 의원을 비롯해 안 대표의 비서실장이지만 최근 중재 쪽에 힘을 싣고 있는 송기석 의원 등이 최우선 구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의 거취에도 시선을 보내지만, 권 수석은 사실상 통합 찬성파로 분류된다.
한편 중립을 유지하는 이들의 거취 결정에는 국민의당 창당 기반인 호남 민심도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립지대 의원 상당수가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만큼, 결국 지역 민심에 떠밀려 민주평화당 측에 합류하리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호남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역구 의원은 기본적으로 지역 민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지역 민심은 안 대표에 비판적이고 민주평화당에 가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사실 중립지대 의원들의 거취를 복잡하게 셈하지 않더라도 안 대표가 대승적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 조치를 통해 풀어줄 경우 민주평화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보다 수월해진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탈당하라"고 출당 가능성을 일축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 이후 안 대표를 설득해 대승적으로 비례대표 의원 출당 조치를 행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유 대표는 앞서 안 대표에게 '정치적 해법'을 거론하며 원만한 합의이혼을 에둘러 촉구해 왔었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앞서 "일구이언 이부지자(一口二言 二父之子·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 아버지가 둘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다. '통합 절대 안 합니다' 하고 통합하는 사람은 거기에 해당되지만 유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대표가 이미 '정치적 해법'을 거론한 만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출당을 대승적으로 결행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억지로 통합당에 끌려갈 경우 되레 잡음을 유발하며 통합 시너지를 갉아먹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결국 안 대표도 비례대표 의원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민주평화당은 '개문발차' 이후 교섭단체 달성을 추후에 노릴 수 있다.
한 통합 반대파 의원은 이와 관련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안 된다고 하지만 나중엔 안 대표가 먼저 '당을 나가 달라'고 요청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