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역대 대선 때마다 전면에 등장해 ‘킹메이커’ 노릇을 하던 인물들이 사라졌다.
선거 전략의 큰 틀을 짜고 세부사항을 세팅하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20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야 주요 대선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1월, 여야는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불러들였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선임했고,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삼고초려 끝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두 정치인의 지휘 아래 이번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여야 양측은 기대했다.
하지만 킹메이커의 태풍은 미풍에 그쳤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 관계자인 이른바 ‘윤핵관’과의 갈등 속에 중도하차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전략 전반을 강하게 그립하고(쥐고) 끌고나가는 사령관 체질인데, 윤핵관과 알력을 보인 끝에 사실상 경질 당했다.
김 전 위원장은 측근들과 식사를 하며 “대한민국 국운이 다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막판까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역할은 캠프 내 ‘칼럼’에 그치고 있다. 이 후보의 소통용 어플리케이션인 ‘이재명플러스’에 칼럼을 써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중도·부동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단지 캠프 내에서 역할을 발휘하며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 전 대표의 강한 민주당 성향이 오히려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캠프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 자체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두 거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킹메이커’의 시대가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판에 스윙보터로 등장한 2030 세대에는 ‘킹메이커’가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