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민주 내 최대 계파 '친노무현·친문재인계'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 전 대표의 대권가도를 위한 정지작업에 착수한 모양새다. 이를 통해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후보경선 당시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내년까지 순조롭게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노·친문계는 다음달 당대표선거와 권역별 최고위원 선거, 부문별 최고위원 선거를 앞두고 자파 후보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이들이 모두 당선되면 당권은 친노·친문 인사들이 장악하게 된다.
당대표선거에 나선 추미애·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은 모두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후보들이다. 여기에 전국 각지 시도당 위원장들이 후보인 권역별 최고위원 선거에도 친노·친문계 인사들이 포진됐다.
이같은 움직임에 김종인계와 손학규계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총선 승리와 이로 인한 친노·친문의 당 장악 후 한동안 잠복해있던 친노패권주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선거에 출마한 것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이런 상황 전개에 비주류는 친노패권주의라는 용어 대신 '무난하게 대선 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말을 통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순위가 바뀌는 역동적인 경선을 치르지 않으면 새누리당에서 나올 후보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반대로 당 지도부의 비호 속에 무난히 대선후보가 된 문 전 대표는 과거 이회창 후보처럼 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친노·친문은 당권 장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경선 당시 타 계파 출신 후보들의 문재인 때리기와 경선 후 대선 선거운동 비협조라는 트라우마 때문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모바일투표 불공성 문제를 제기했다. 세 후보가 이해찬 지도부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각 지역별 경선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경선 불공정 문제의 원천이 됐고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경선 내내 친노패권주의의 수혜자란 비난을 받았다. 논란 속에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패한 후보들과 그들을 지지하던 당원들은 문 전 대표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는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결국 친노·친문은 타 계파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에 근거해 당 장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을 빈틈없이 장악함으로써 비주류가 경선에 반발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패권주의라는 지적에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김부겸·박원순·안희정 등 주요 인사들과의 희망스크럼 구성 제안 역시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당권을 확보하더라도 이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약속하겠다는 다짐도 밝히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외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노·친문이 전당대회를 포함해 향후 당 운영과정에서 비주류를 포용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비주류는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끝내 선언하지 않은 테드 크루즈 후보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비주류는 전당대회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인사들은 전당대회 후 친노·친문이 당을 장악하고 각종 당내 인사에서 패권주의적 행태가 나타날 경우 친노·친문과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전당대회 후 비주류 인사들이 탈당해 친노·친문과 결별한 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국민의당, 새누리당 내 중도성향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신생 정당을 만드는 등 정계가 개편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이같은 구도를 예상하고 있는 더민주 비주류가 '재미없는 전당대회'가 되는 것을 내버려두며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