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TK(대구·경북) 지역이 밀고 있는 '밀양'과 PK(부산·경남) 지역이 미는 '가덕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신공항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보고서 제출 마감일(24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신공항 문제에 쏠려 있다.
양측 모두 전통적 여당 텃밭 지역이기에 어느 지역이 선정되건 지난 4·13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권에 한 번 더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이번 총선 PK지역에서 약진한 야권도 가덕도 지지에 뛰어들면서 신공항 선정 문제는 더욱 민감한 정치권 이슈로 자리잡았다.
현재 어느 지역이 우세한지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자 유리한 항목을 앞세우면서 서로가 타당성 조사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란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실제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밀양과 가덕도의 우위를 가르기는 쉽지 않다. 안전성 경제성 등 각 조사 항목에서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측에서는 프랑스 회사에 용역을 맡겨 객관성을 담보하려 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밀양과 가덕도 중 어디가 우세한지는 가늠키 어렵지만 양 지역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보면 조금은 감이 잡히는 것도 같다.
현재 양 지역 정치인들 중엔 TK 지역보다 PK 지역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가덕도 유치에 결사항전 수준의 모습을 보이는 반면, 대구 지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TK 의원들이 밀양 선정에 자신이 있는 건지, PK 의원들 보다는 공항 유치에 대한 절박감이 적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PK 출신 의원보다는 움직임이 크지 않다.
실제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을 정도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부산시당 의원들은 지난 1일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가덕도 신공항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어 8일에는 부산시당과 부산시가 서울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신공항 유치전에 돌입했다.
야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가덕도에 직접 방문하는 등 공항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더민주 부산시당 역시 특별본부를 설치하고 거리 유세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야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부산시민 촛불문화제에는 새누리당 김세연 하태경, 더민주 김영춘 최인호 전재수 김해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전날 부산 도심에서 벌어진 총궐기 대회에도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TK 지역 의원들은 집단 행동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새누리당 소속 대구 지역 의원들은 부산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만난 다음날 정 원내대표를 항의 방문하긴 했지만 그 뒤로는 공개적인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대구 지역 대표적 야권 인사인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신공항 입지로 밀양 지역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TK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왜 부산 지역 의원처럼 공항 유치에 매진하지 않느냐는 식의 불평도 했다. 하지만 부산의 야당 의원들처럼 대놓고 세력화를 하거나, 거리 시위 등을 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24일 용역 결과 발표를 기다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타당성을 논의해 이달 안에 신공항 부지 선정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분명 TK의원들 보다는 PK의원들이 더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어떤 승부에서든 아무래도 열세에 놓인 쪽이 더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볼 때 이번 영남권 공항 선정의 향배를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