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정세균 의원이 9일 20대 국회의장에 선출되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국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 신임 의장은 수락연설에서 "지금까지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른 '협치'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하면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언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정 의장은 6선을 거치면서 여야와 두루 교분을 쌓아 왔다. 특히 호남 출신(전북 진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의당 의원들과도 대부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새누리당과의 관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 의장, 민주당 대표를 두루 역임했기에 여당과 접촉이 많은 야권인사 중 한 명이다.
여기에 그가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가질만큼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국회가 협치의 장을 열기 위한 최적임자를 수장 자리에 앉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점에서 20대 국회는 의장의 원만한 지도력 아래 여야가 대화 정치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정 의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라고 정평이 나 있으나 여야 협상이 극한 대치로 가는 상황 아래서는 결기를 보이며 강도 높은 야당 선명성을 보인 적이 적지 않다.
정 의장은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4대 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을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벌이자 "한나라당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부득이 다른 야당과 공조해 (법안을) 처리할수밖에 없다"며 단독 국회를 시사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한 바 있다.
또 19대 국회 때에도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위원장도 직접 맡으며 국가 정보기관의 잘못된 관행은 누구보다 매섭게 따지며 개선시켰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이 경우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대결 국면으로 치달으면 의외로 직권상정 카드를 자주 들고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에선 정 의장이 평소에는 의회주의자고 17년간 쌍용그룹에서 활동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통과 교감이 잘 되는 야권인사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 의장의 그런 모습이 야당 내부에서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오히려 강경 투사 이미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의장은 이날 당선소감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나에 대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론 충분치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국회 운영을 통해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대 국회가 정 의장의 온건함이 발휘되는 국회가 될지, 내면에 잠복한 강경 투쟁 의지가 발현되는 국회가 될지는 오롯이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어떻게 잘 이끌어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