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여야가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두고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지만 4년 전에는 여야가 지금과 정반대 입장으로 맞선 적이 있다.
19대 국회 개원 협상 당시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이던 새누리당은 원구성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국회의장 경선부터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이자 소수당이던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약속없이 국회의장만 선출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현재 여야의 행태를 공수만 달리한 채 그대로 재연했던 셈이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주장하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대해, '말바꾸기'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수석은 "4년 전인 2012년 6월 초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식물국회가 된다고 말씀했다"며 "새누리당은 당시 의장 선출을 위해 본회의를 열었는데 그 때 (야당이) 등원을 거부하면서 무산 됐다"고 박 원내대표의 4년전 발언을 끄집어냈다.
그는 "그런데 지금와서 (박 원내대표가) 완전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진의를 알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는 4년전 제2당 원내대표를 할 때만 하더라도 박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선출 보다 '상임위 배분'부터 하자고 주장했다가, 이제 여소야대가 되니 국회의장부터 선출하자고 입장을 돌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 원내대표는 2012년 6월 새누리당이 국회의장만 우선 선출하자고 주장하자, "그것 역시 식물국회다. 상임위 배분이 끝나야 상임위 배치가 가능하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 변화는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는 일단 국회의장단 만이라도 구성하는 '원 포인트' 국회를 추진했었다.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몇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데 합의가 잘 안 되고 있다"면서 "상임위 문제와는 별도로 3권분립이 엄연한 국가에서 최소한 국회의장, 부의장만이라도 구성해놓고 일단 국회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과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던 셈이다.
4년 전과 상황은 같지만 배역을 맡은 여야 정당만 뒤바뀐 것으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