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3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환담한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단과 회동하는 것은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회동한 2014년 7월10일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16년 만의 여소야대와 3당 체제로 정치 지형이 재편되면서 협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자리라는 점에서 정가의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여야 원내지도부가 새로 구성이 됐는데 앞으로 정부와 새로운 원내지도부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면서 협치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야당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서 소통과 협치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하지만 총선 결과에 대해 아직 박 대통령이 책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고 야당과도 흔쾌히 협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 자칫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도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알 수 없으나 원론적인 답변에 그칠 경우 회담 분위기기 자칫 싸늘해 질 수도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네 차례의 여야 대표 회동과 한 차례의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은 대부분 빈손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들었다. 일단 청와대가 생각하고 있는 이번 회동의 주요 의제는 ▲민생경제 ▲북핵 ▲협치 등 국정협력 ▲3당 대표 회동 조율 등 네 가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최근 이란 국빈방문을 통해 거둔 경제외교 성과를 설명한 뒤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야가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할 전망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5차 핵실험에 나설 준비가 끝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당파를 떠나 국회의 초당적 협력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대표단 회동에 이은 3당 대표 회동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 협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조율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생경제 이슈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될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4법 등의 처리 문제에 있어 야당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노동4법 중 파견법 절대 불가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국민의당 역시 비슷한 이유로 두 가지 법안에 대해 청와대와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전날 "박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만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만약 이 자리가 대통령이 관심 있는 법안 처리에 관한 일방적인 야당 협조를 요구하는 자리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험로가 예상된다.
세월호특위 활동 시한 연장을 골자로 한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도 회동 성과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민주는 서민경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책 등과 함께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를 회동 의제로 들고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도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5대 쟁점법안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회동 의제로 가져오는 게 달갑지 않은 눈치다.
청와대는 또 야당이 가져올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대해서도 규제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또다른 규제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자 문책 인사를 주장하는 야당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정부 시행령안 발표 이후에도 내수 위축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김영란법'과 관련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내수위축 우려를 제기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한번 다시 검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권의 재검토를 희망하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이에 맞춰 새누리당의 정 원내대표도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른 각계각층의 보완점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만큼 서민경제 차원에서 시행령 재정비를 청와대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야당은 일단 원안대로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추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이밖에 정부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한국판 양적완화 움직임에도 야당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지도부와 회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여야의 말을 많이 들으면서 국회와 민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뜻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당초 3당 대표와의 만남으로 추진했던 이번 회동을 원내대표단 회동으로 변경한 것도 소통의 적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8~9월께나 열릴 예정인 만큼 새 당 대표가 뽑힐 때까지 무작정 회동을 미룰 경우 20대 국회와의 협력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회동 날짜가 확정된 이후 여러 일정 속에서도 틈나는대로 회동 의제와 이 자리에서 논의될 여러 현안들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이번 만남을 준비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날 국회를 찾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날 회동과 관련한 사전 의제 조율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