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그 많던 친박계 의원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현안마다 비박계와 부딪히며 목소리를 높였던 친박계 의원들이 최근에는 아예 숨소리 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이정도면 자숙 모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잠적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은 총선 이후 자택에서 칩거 중이거나 지역에 머물고 있다. 당초 최 의원은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 바로 당권 도전 행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14일 대구·경북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회초리를 드신 것,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도 지난 14일 원유철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한 긴급최고위원회 참석 이후 당사나 국회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친박계 핵심 의원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도 "지금은 애도기간"이라며 현안에 대한 발언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선거가 끝나면 '옥새파동'을 일으킨 김무성 전 대표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조원진, 김태흠 의원 등도 최근에는 거의 입을 닫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2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친박계는 원래 위에서 메시지가 있을 때에만 자기 목소리를 크게 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층부가 흔들리니까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때문에 당 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히 비박계 뿐이다. 현재 비박계 황영철·김영우·하태경·오신환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 혁신 모임은 '신박(新朴)'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 체제의 비대위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한 상태다. 또 당의 미래 상황과 관련해서도 거듭 혁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친박계의 이같은 지리멸렬한 상태는 최소한 전당대회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친박계가 여기서 목소리를 내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친박계는 7월 중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친박계 혹은 친박계에 우호적인 인사를 내세워 비박계가 호통을 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키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도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은 아무래도 친박 쪽이 더 크기 때문에 당원이나 대의원, 일반 국민으로 형성되는 선거인단이 친박 인사를 당 대표로 지지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친박계를 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균열이 일어났다고 단정하긴 어려워도 마그마 상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