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 청와대가 삼권 분립을 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민생입법을 직권상정 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정권력의 최정점인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수석이 입법권 수장에게 직접적인 요청을 한 것이다.
이는 자칫 행정권이 자체 권한을 넘어 입법권마저 흔들려고 드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수 있는 행태다.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 등 세 가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내부 권력투쟁으로 국가 비상상태"라고 말했다. 여당이 야당의 자중지란을 놓고 국가 비상상태라고 선포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 와중에 정무수석이 국회의장을 만나 천재지변이나 여야 합의가 아니라면 '국가 비상사태'에나 가능한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거친 언어를 구사하며 지지층을 열광시켰다. 지난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으로 심기를 건드리자 "배신의 정치는 선거에서 심판해주셔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는 유 전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신중한 언행을 구사해야하며 권력 분립에 도전하는 듯한 언행은 삼가하는 편이 좋다.
현 정무수석의 국회의장 방문은 근대 국가의 정신인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행정권이 입법권을 위협하고, 강제로 동원하는 것과 사법권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곧 집권 4년차를 맞는 청와대의 다급한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마음이 다급하다고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