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뭘 했냐 도대체, 이렇게 국민들이 바라보지 않겠냐. 우리 할 도리를 해야 된다"면서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연내 처리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및 원유철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그동안 정말 시급했던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등의 노력을 해주셔서 경제에 숨통이 좀 트이기는 했지만 이제는 19대 정기국회가 이틀 밖에 남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에 꼭 해야 될 것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30일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달 3일에는 박근혜정부의 경제활성화 4대 법안 중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키로 했으며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나머지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힘든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경제 살리기도 사실은 항상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것을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다"며 "지금이 마지막 고비인데 애쓰시는 김에 이 중요한 마지막 19대 정기국회 때 해야 될 것을 마무리해서 경제에 대해서 든든한 뒷받침을 꼭 해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선거라든가 공천이라든가 다 중요하지만 결국은 우리 정치권, 또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첫째는 국민의 삶"이라며 "또 국민 경제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 지금 굉장히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고생을 더 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뵙자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제 어렵다 걱정 백날 하는 것보다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법들 처리하면 풀려"
박 대통령은 지난 해외순방 당시 비세그라드그룹(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 국가들과의 정상회의도 언급하면서 "네 나라 전부 공산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을 해도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체제전환이라는 게 엄청난 일인데 필요한 것부터 시작해서 가능한 것부터 쭉 하다 보니까 어느새 체제전환이 성공적으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경우 외국과 비교할 때 맨날 기술격차가 좁아들었다, 경제가 어렵다, 뭐가 어렵다 걱정만 하는데, 걱정을 백날 하는 것보다 지금 이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법들을 (국회서 처리하고)열심히 해서 한발씩 뛰다보면 어느새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 삶도 풍족해지고, 가계부채 문제도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자연히 해소되고 풀려나가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거론하면서 "이게 통과되면 약 7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청년들이 그 법이 통과될 때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오늘까지 1437일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그러고 맨날 일자리 걱정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담은 원샷법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게 돼야 경제체질이 튼튼해지는 것이지 어디 돈만 갖다가 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끙끙 앓는데 이런 체질을 우선 고쳐야지 계속 뭐 먹어라 한다고 그 병이 낫겠냐"고 꼬집었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노동5법에 대해서도 "우리 아들딸한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모세대한테는 안정된 정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서 이것도 참 급하다"며 "이것도 늦어지면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겠냐.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놔야지"라고 지적했다.
◇ "테러방지법 14년동안 통과안돼 테러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된 것"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14년 동안 이게 통과가 안 돼서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기본적인 테러방지법조차도 없구나' 하고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라며 "그러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된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이 법이 빨리 처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야 되는 정치권과 국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까 외국하고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이다. 하루빨리 통과되도록 오늘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회동에서 "노동관계법은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법이고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인데 야당에서 협조를 안 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답했다.
원 원내대표도 "지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에서 단 세 나라만 테러방지법이 제정돼 있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 사실 부끄러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IS(이슬람국가)의 60개 테러 대상국에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고 UN도 경고하고 있는 실정인데 야당은 완전히 귀를 막고 사는 것 같다"며 "안보에 여야가 없듯이 국민의 안전, 국가의 안위에도 여야가 있을 수가 없는데, 그렇게 호소를 해도 정말 귀를 막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은 청와대에서 오후 2시30분께 시작돼 오후 3시20분까지 약 50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것은 지난 10월22일 여야 지도부와의 5자회동 이후 4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