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학 안동삼베 대표 "장사 안 돼서 홍보관에 몇 벌 준 것"
"홍보관에 나간 것은 저마 맞을 것" 인정
"사실대로 조사해야" 주장
안동포 전문가들 "수지타산 안 맞아 허위납품 가능성 有"
지난 5월20일 KBS '소비자 리포트'에 방영된 '안동삼베 가짜 삼베수의' 판매와 관련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 리포트'는 먹튀 상조업체에 대한 보도를 했는데 그중 홍보관에서 비싸게 팔리는 수의에 대해 방송했다.
모 홍보관에서 안동삼베 수의를 158만원에 팔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삼베(대마100%) 수의가 아니라 모시(저마100%) 수의로 밝혀졌다. 이에 <상조장례뉴스>는 안동 현지를 직접 방문 안동삼베(주)김규학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통해 방송 내용의 진실을 짚어보았다.
또한 상조장례뉴스는 이번 안동삼베의 가짜수의 판매 방송 후 국내 수의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10여개의 수의판매업자들이 유통하고 있는 수의 20여 종류를 구입하여 한국의류시험연구원(FITI)에 시험분석을 의뢰해 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03년부터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한 중국산 수의 때문에 현재는 국산 수의제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인건비 뿐만 아니라 재료값마저 남기기 힘들 정도로 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의의 가격 경쟁력을 국내산 수의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안동 신중앙시장에서 수십년째 안동포 장사를 하고 있는 A씨(86)는 "안동에서 직접 생산해서 '안동삼베'라고 붙여서 팔면 괜찮은데 수입해온 것을 안동삼베라고 붙여파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여기(신중앙시장)에서 와서 사야 진짜 안동삼베인데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실정을 모르고 '안동삼베'라는 이름만 보고 엉뚱한 곳에 가서 물건을 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베 전문가로 역시 수십년간 안동포 물품을 판매해온 B씨(85)는 "안동포는 현재로선 미래가 없다"면서 "인건비가 안 나올 정도로 수지타산이 안 맞고 생활에 입는 평상복으로 사람들이 입지 않아 수요가 별로 없으니 생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씨는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업자들이) 대마가 아닌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홍보방 저마 수의 납품으로 물의를 빚은 '안동삼베'가 위치하고 있는 동네는 안동의 '저전리'라는 시골마을이다. '저전(紵田)'라는 이름 자체도 모시밭을 뜻한다. 하지만 모시밭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전통적으로 삼베를 길러왔다. 저전리에서는 현재도 대마 농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인건비를 건지기 힘들기 때문에 대규모 농사는 꿈도 못 꾼다. '안동삼베'는 이름만 대면 택시기사도 위치를 알만큼 유명한 회사였다.
▲안동시 저전리에 위치한 '안동삼베. 사진-김충현 기자
안동삼베 김규학 대표는 "홍보관에 들어간 것은 저마 100%가 맞다"고 인정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홍보관에 납품한 물건 전량을 회수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데 KBS 방송에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다가 잘못 얘기가 나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기자가 계속적으로 방송에서 했던 답변에 대해 추궁하자 "결과적으로 사기에 일조하게 됐으니 수사 받을 부분이 있다면 받겠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홍보관 회사가 (수의를) 그렇게 비싸게 파는 줄 몰랐다. 당연히 거래를 끊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답변은 오락가락했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중국업체에 잘못을 돌리기도 했다. 인터뷰 막판에는 다시 잘못을 인정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다음은 김규학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Q. 홍보관에 수의를 몇 벌이나 팔았나?(이하 상조장례뉴스)
A. 판 게 거의 없다. 한 달에 10건도 안 된다. 주로 우리가 하는 데는 장례식장이나 농협, 상조회사 1곳이다.
Q. 홍보관에 판 것은 대마 100%가 아닌 저마 100%가 맞나?
A. 다 그냥 시중(타 업체)에서 그러니까(속이니까) 내가 거기서 마음이 좀 흐려졌다. '정확하게 한다'에서 조금. 홑옷으로 (얇게) 하기에는 그래서. 전량회수했다. "미안하다." 하고 끝냈다.
Q. 방송 내용이 사실인가?
A. 아마 그 필(옷)은 저마가 맞을 것이다.
Q. 10벌이든 1벌이든 사기 아닌가.
A. 나름대로 철저히 했는데.. 작년에 홍보관에서 찾아와서 달라고 하기에 장사가 안 돼서 몇 개 팔까 해서 준 거다.
Q. 원료는 어디서 가져오나?
A. 중국에서 가져온다. 우리나라 수의 98%는 중국에서 원료를 가져온다고 보면 된다. 나는 대마라고 실을 사서 검사를 맡기면 잘못 나오는 경우도 있다. 믿고 짜서 납품을 했는데 어떤 때는 저마가 나올 때가 있고...중국서 잘못 들어온 거다. 나도 잘 몰랐다가 이렇게 되니깐 우리집에서 생산되는 것 검사를 맡겼다. 방송 나간 날(20일) 다음주 월요일(23일)에 우리집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단을 검사를 맡겼다.
▲검사결과는 '대마 100%'를 가리키고 있지만... 사진-김충현 기자
Q. 검사 결과는?
A. 100% 대마가 나왔다. 원단과 실 가짓수대로 맡겼다. 방송 나가고 "야, 이거 큰일 났다. 회사 망하게 생겼다"해서 빨리 검사 신청을 했다. 원사 실도 모두 맡겼다. 나도 몰랐는데 걔들(홍보관)이 그렇게 파는 줄은 몰랐다. 보통 원가 3배 정도에 판다. 원가 20만원이라고 하면 60만원, 많이 받으면 80만원 받는다. 그렇게 많이 받는 줄(158만원) 꿈에도 생각 못 했지.
Q. 소비자들은 방송을 보고 판단을 하지 않나. 방송 후폭풍이 엄청나다.
A. 환불해달라고 하면 환불해주고, 바꿔달라면 바꿔주라고 했다. 의심스럽다고 하면 원단 원본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필요하다고 그러면 (원단) 원본을 줄 것이다.
Q.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A. 내 심정에는 만에 하나 그런 게(저마) 앞으로 나온다고 하면 100배를 물어주는 한이 있더라도(감수해야한다). 하여튼 우리 회사에서 출고되는 제품은 내 책임이다.
Q. KBS의 '소비자 리포트'에서 김 대표가 "(안동삼베) 스티커를 붙여준 것은 제 잘못이죠"라고 답변한 부분에 대해서는.
A. 아마 옛날에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공장 돌리자는, 일거리 만들자는 생각에서 한 건데 결국은 그 사람들(홍보관)이 사기 치는 데 내가 일조를 한 게 아니냐. 저마가 아니라 대마를 줬더라도 100만원 넘게 받으면 안 된다.
Q. 잘못을 한 게 아니라면 "스티커를 붙여준 것은 제 잘못이죠"라고 답변할 필요가 없다.
A. 아마 딴 얘기를 하도 나왔을 거다. 기자가 전화상으로 "대충 그렇게 판거죠?"라고 물어서 그렇게 대답했을 거다.
Q. 그렇게 대답하면 인정한 것이다.
A. 사실 나는 (KBS가) 녹음하는 줄도 몰랐고, 그냥 삼베에 대해 물어보면 쉽게쉽게 말을 한다. '하나도 아니지 않냐?' 이런 생각도 들었다.
Q. '하나도 아니지 않냐?'가 무슨 뜻인가?
A. (대마) 100%가 안 나오니까. 중국에서 100%라고 수입을 해봤자 100%라고 안 나오니까. 걔들(중국) 말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게 실을 뽑는 기계가 원래 아마나 저마를 뽑는다. 보름 정도만 대마를 뽑는다. 1~2%만 섞여 있어도 대마와 저마가 섞여서 나온다.
Q. 방송에서는 검사결과 섞여나온 게 아니라 저마 100%라고 나왔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이건 사기 아니냐"고 말한다.
A. 사기지 뭐. 사실대로 조사를 해야지. 조사를 해보면 뭐가 나와도 나오니까. 우리 직원들도 하나도 몰랐다고 한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