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일본, 사망자 향후 20년 동안 크게 늘어
장례식 규모는 점차 축소 분위기…日 장례업계 울상
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연간 사망자수가 향후 20년간 급격히 늘어날 전망임에도 오히려 장례식 규모는 줄어들고 있어 일본 장례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처럼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한국도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 고령화로 인해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일본 장례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간 사망자수(130만명)가 저출산으로 인한 출생자수(30만명)를 크게 앞섰다. 2040년에는 연간 사망자수가 167만명으로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여년간 일본 장례업계가 그만큼 분주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일본 장례시장의 규모는 약 2조엔(약 20조6266억원)으로 분석된다.
장례업계의 일거리가 많아질 것이 분명함에도 정작 일본 장례업계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장례업계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장례식 참석자 수가 1990년대 이후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례식이 많아졌다고 마냥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추모객이 줄고 장례식 규모가 축소되면 이는 불가피하게 장례업계 수익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의 장례비용은 평균 230만엔(약 2370만원)정도인데 이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핵가족화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유족수가 줄어들었고, 이들이 장례비용 감당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장례비용 축소에는 자식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인세대의 입장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노인들 가운데 35% 이상이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석하는 조촐한 장례식을 원하고 있으며, 8% 이상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아예 장례식을 원치 않는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일본열도를 휩쓴 베스트셀러 『하류노인』에 따르면 노후대비가 되지 않은 노인들은 고립감을 견디다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빈곤층으로 떨어진데다 심리적 고립을 제대로 버텨내지 못하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장기불황도 장례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본 최대 장례업체인 산홀딩스 노로 유이치 사장은 과거에는 사장이나 상사의 친지, 주요 고객사 관계자 등의 장례에 참석하는 게 관례였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직장인이라면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장례식에 연간 2~3번 참석하는 일은 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단기계약이나 파트타임 근무 등 고용 비중이 높아져 전처럼 반강제적으로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노로는 "의무 참석자가 사라지면서 장례식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도 일본처럼 소박한 장례문화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내놓은 '착한 장례서비스'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시행 10개월 만에 이용건수가 370건을 돌파했다. 착한 장례서비스는 기존 장례비용의 반값으로 장례서비스를 치러주기 때문에 알뜰한 장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반값 장례서비스 전용 장례식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1일장, 가족장 등을 치르거나 화환을 받지 않는 등 소박한 장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장례풍속도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매장 문화 자체가 꾸준히 변한 것도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장례문화가 간소해지면 일본처럼 행사수익 감소는 불가피해진다. 이를 돌파하려면 장례산업의 혁신 외에는 답이 없다(상조장례뉴스 3월17일자 '정치·경제·사회·기술 측면에서 본 장례산업의 미래' 참조). 초고령화 사회 대비한 상품을 준비하고 IT(정보통신) 강국인만큼 IT기술과 접목시킨 장례상품을 개발해야 신세대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말이 떠돈다. 다른 분야보다도 경제 분야에서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고령화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장례업계의 철저한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충현 기자>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고령사회(Aged Society)라고 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