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마리 시대
동고동락 반려동물 극진 장례해주고파 업체 맡기지만
정작 미등록 업체서 불법화장(火葬) 많아
서울 강서구에 사는 K씨는 지난 11월 사고를 당해 죽은 반려견을 동물 장묘업체에 맡겼다.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했던 개라 나름 장례절차에 신경 쓴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장묘업체는 K씨의 반려견을 다른 개들과 집단 화장(火葬)했다. K씨가 장묘업체를 찾아가 계약서에 쓴 것과 다르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업체는 "우리도 한 마리씩 소각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회사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K씨는 반려견 카페에 올라온 홍보글을 보고 이 업체에 장례를 맡겼는데 확인결과 무허가 업체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해마다 반려동물 용품 관련 시장도 급성장 하고 있다. 지난해 1조 8000억원에 달하던 반려견 관련 시장은 2020년에 5조 8100억원까지 확대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 문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한 사람들은 자신의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장례를 극진히 치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동물 장묘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한 데다 비용도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불법으로 투기하는 등 환경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폐기물 관리법' 및 '수질 및 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죽은 동물을 암매장했다가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공장소에 버리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합법적으로 동물 사체를 처리하려면 생활·의료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전문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보통 종량제 쓰레기봉투(생활폐기물)에 담아 처리되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소각(의료폐기물)된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한 사람들은 쌓아온 정 때문에 정식으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한다.
20일 반려동물 업계에 따르면 일반 동물의 장례비용은 화장시설 이용료(15만~30만원), 수의(2만~5만원), 관(5만원), 납골당 안치(15만원), 운구비, 장식비 등 최소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이 든다. 금액에 부담을 느낀 일부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불법 투기하거나 암매장하기도 한다. 지난달 9년간 키우던 코카 스패니얼 애견을 병환으로 떠나보낸 J씨는 장례를 치러주려다 비용이 100만원이라는 장묘업체 얘기에 생각을 바꿨다.
이처럼 반려동물 장례 수요가 증가하자 화장을 대행하는 무허가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공식 동물장묘업체는 전국에 16개뿐으로 장례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다.
무허가 업체들의 동물 사체 화장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임에도 제대로 된 단속이 힘들다. 농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 장례와 관련해 단속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동물 장묘업체 허가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