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 경영진 도덕적 해이 심각
상조 가입시 경영상태 등 정보확인 필수
서울에 사는 Y씨(65)는 요즘 머리가 아프다. 5년 넘게 매달 3만원씩 상조업체에 납부했지만 갑작스러운 폐업에 돈을 돌려받지 못 했다. 이 업체를 인수한 타 상조업체는 납입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상조업체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문을 닫아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등록된 상조업체는 223개로 집계됐다.
2014년 말 253개에서 1년 새 30개나 줄어든 셈이다. 2012년 상조업체 수는 300개가 넘었다. 하지만 상조업체들이 2014년 3월까지 납입금 50%를 예치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못 하면서 2013년 하반기부터 업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상조업체가 문을 닫으면 가입자들은 자신이 납입한 돈의 50% 밖에 돌려받지 못 한다.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소비자피해 보상보험 계약이 맺어져 있지만 이들은 납입금의 50%만 상조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게 돼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조업체 관련 피해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신고만 1만8500여 건에 이른다. 2012년 7125건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상조업체 폐업이 크게 증가한 것은 2013년 선수금 보전 규정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공정위에서는 상조업체의 예치금 보전 비율을 10%에서 단계적으로 50%까지 올렸다. 이또한 50%를 도입하면 업계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단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였음에도 상조업계는 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업계가 이같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것은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객들의 돈을 눈먼 돈이라 여기고 쌈짓 돈 쓰듯 빼서 써버리고 뒤늦게 예치금을 채우려고 하니 채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1월 25일에 시행된 할부거래법 개정안으로 상조업계는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기존 업체들은 2019년 1월 24일까지 자본금을 3억 원에서 15억 원까지 상향해야 한다. 폐업 시 고객들에게 통지하는 방법도 더욱 엄격해지고, 상조업체 경영자들의 도덕적 기준도 좀 더 강화됐다. 상조업계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공정위는 점점 커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조업체 간 회원이전 계약을 맺을 경우 인수 업체가 이전한 업체의 모든 의무를 이행토록 했다. 해약 환급금이나 선수금 보전 의무도 인수 업체가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무엇보다도 상조 소비자들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 가입하기 전 계약서의 약관을 꼼꼼히 살피고 공정위 홈페이지를 방문해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상조업체의 등록 사항과 변경 내용을 체크하고 경영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면서 "약관을 꼼꼼히 검토하고 불공정한 약관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