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소재로 '상조' 등장해 눈길
문학의 최전선, 신춘문예에 등장한 '상조'
국민들 사이에 '상조'가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증거
상조회사 직원인 주인공이 노인의 상조가입을 거절
소설과는 달리 상조업계에 좋은 일 많았으면
해가 달라지면 많은 문학청년들의 가슴이 설렌다. 그들의 꿈, 신춘문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에 '상조'가 소재로 등장했다. '상조'가 문학 소재가 될만큼 사람들과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가작으로 선정된 '선의 취향'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선'은 상조회사 직원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혼란스러워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에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은 해야 한다. 이선은 '희망 상조' 회사의 콜센터 직원이다. 그는 한 노인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내가 내 구좌로도 상조 가입이 되냐"고 묻자 이선은 흔쾌히 긍정의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노인의 나이가 일흔 넷임을 확인하고 선은 노인의 가입 승인을 망설인다. '회사의 매뉴얼'대로 노인에게 보호자나 자식이 있냐고 묻는다.
수화기 너머의 노인은 말이 없다. 아마도 보호자나 자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은 갑작스런 재채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전화 스위치를 건드리고 전화는 실수로 끊겨버린다. 노인이 끊은 것이 아니고 상담해주던 선이 끊었다. 하지만 노인으로부터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는다.
며칠 뒤 노인은 세상을 떠난다. 노인은 혼자 살고 있었고, 보호자나 가족도 없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상조 회사의 가입을 거절당하다 신병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노인은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상조를 가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노인의 상담을 해준 상담사가 선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기자들의 확인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회사가 선을 징계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단편소설 '선의 취향'은 한 상조회사 직원을 소재로 삼았는데 상담 내용이 실제 상조 회사의 직원이 쓴 것처럼 사실적이다. 고령의 노인들의 가입을 꺼리는 것도 현실과 맞닿아있다.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의 최전선이다. 한해의 가장 우수한 작품들이 각축을 벌이는 장(場)이다. 이렇게 권위를 인정받는 신춘문예에서 '상조'를 소재로 한 소설이 나왔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상조가 그만큼 국민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는 방증이다.
문학인들은 가장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시대를 눈으로 더듬으며 사람들의 가장 아픈 곳을 어루만진다. '선의 취향'에서 선이 보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인의 상조 가입을 망설였으나 그것은 회사의 매뉴얼이었을 뿐이다. 전화가 끊긴 것도 실수였다. 하지만 노인은 우연과 필연의 교차로에서 그것에 비관해 세상을 버렸다.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다.
2016년 병신년에는 상조업계에 또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부디 좋은 일이 많아 좋은 소재로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