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알음알음 영업, 사이트는 공채 도입?
상조업 규모 생각보다 크지 않아
상조업 규모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이전 업체들이 겪었던 좌절, 되풀이 될수도
상조업계에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가 등장했지만 업계는 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24일 상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조모아'(대표 방형도)라는 상조 전문채용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상조모아는 각 상조회사의 위탁을 받아 지점장·웨딩플래너·장례지도사·크루즈 영업사원 등을 모집하고 있다.
사이트는 개인회원과 기업회원을 나눠서 회원가입을 받고 있으며, 개인회원은 각 회사의 사원으로 지원할 수 있다. 기업회원은 모집공고를 내고 사람을 모집한다.

▲상조업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 상조모아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상조모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상조업 자체의 규모가 구인사이트를 운용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상조업계에서는 영업자들을 알음알음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명이 입사하면 친구나 지인 등을 줄줄이 데려와 영업자로 영입하는 방식이다. 상조상품 판매업 자체가 인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같이 지인에 의존하는 방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조모아는 이 같은 방식과는 다르게 상조업계에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를 오픈했다. 영업자 모집이나 신입사원 지원에 경쟁방식을 도입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인재를 모집하고, 지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상조모아의 취지는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상조업 자체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상조업 규모 자체가 경쟁체제를 도입할 정도의 시장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상조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성장의 여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회원수와 선수금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위 '지인 영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물이다.
'알음알음'이 미덕인 상황에서 경쟁체제 도입으로 손에 쥘 것은 없어보인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말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업체들의 괜한 비용 낭비와 구직자들의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이트에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프리미엄 인재정보'에는 같은 구직자가 연달아 등록돼 있는 장면이 눈에 띈다. '프리미엄 인재정보'를 이용하려는 구직자가 많지 않아 불가피하게 해놓은 조처로 보인다.
그동안 '상조 포털사이트'를 표방한 사이트는 많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업계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열정으로 상조업에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 상조모아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비극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