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전문가 서길석 '코칭'을 말하다

▲코칭 전문가 서길석 씨가 STV 사무실에서 '코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tv 김충현 기자】= "코칭(Coaching)은 목숨걸고 열정적으로 살게 만드는 공부법이다"
코칭 전문가 서길석씨(48)는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 불었던 '힐링 열풍'에 대해 "힐링은 목숨 걸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라며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힐링을 말하는 것은 자기 위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코칭은 목숨 걸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청소년 때부터 가르치고 훈련 시키는 것"이라며 "대학을 갈 때, 사회적 삶을 시작할 때, 결혼생활을 할 때, 자녀를 양육시킬 때 삶을 절대 느슨하게 살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과 없는 수백만원 짜리 사교육(티칭) 대신 '코칭' 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 갈길이 먼 초등학생 등 우리나라 학생들은 온갖 사교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력고사 세대 때부터 내려오는 '주입식 교육' 방법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학원에서도 여전히 'A=B니까 외우라'고 가르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지 교재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일방적이고 고리타분한 교육 방법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3~4년 사이에 대치동에서 일어났다. 일방적인 가르치기(Teaching)를 넘어 지도하기(Coaching)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코칭의 정확한 사전적 정의는 없다. 하지만 티칭에 대비되는 개념인 것은 확실하다. 기존에는 한 달에 300~400만원, 많게는 1천만원을 쏟아부어 고액과외를 시켜도 효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학부모와 과외를 받는 당사자인 학생, 선생님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교육은 '끄집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학습(學習)이란 학(배움)과 습(습득)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칭은 스스로 습득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때문에 코칭은 일반적인 지식전달을 뜻하는 티칭과 대비가 된다. 축구를 예로 들면 코칭은 선수 개개인에게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 후 적절한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이다. 무작정 전술에 맞춰서 뛰는 게 아니라 전술을 선수 개개인에 맞게끔 수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뜻의 영단어 '에듀케이션(Education)'은 본래 라틴어 '에듀카레(Educare)'에서 비롯됐다. 에듀카레의 어원은 '끄집어내다'라는 뜻이다. 결국 교육은 아이들이 무슨 특징이 있는지 파악해서 끄집어 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문에 코칭의 핵심 단어는 '에듀카레'가 된다.
"공부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
서 씨에 따르면 수능 1등급에 해당하는 4% 학생을 제외한 96%의 학생은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실행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교훈, 습관, 동기 등을 주면 금방 공부방법과 의욕이 잡히게 된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간 청소년들은 자아가 강하기 때문에 가르치기 어렵다고 한다.
서 씨는 "결국 코칭은 목숨 걸고 열정적으로 살게 만드는 공부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피아니스트의 예를 들었다. 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날마다 연습을 열심히 하자 사람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피아니스트는 "내가 가진 100을 발휘하기 위해 평소 150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최정상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연주 테크닉보다 연주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부 방법도 이처럼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는 게 서 씨의 주장이다.
코칭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꼭 표준 매뉴얼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도식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이때문에 코칭 강사는 인문학 소양과 역사 지식, 교육적·심리적 소양이 있어야 하고, 근저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코칭을 의뢰해오는 아이들이 전부 최상위권 학생들은 아니고, 마음의 질서가 깨져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공부 테크닉만을 가지고 접근하면 안 되는 것이다.

▲ 코칭 전문가 서길석 씨가 지난 23일 부천 원미고에서 '코칭'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의 반응은 뜨거웠고, 오는 30일에는 두 번째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코칭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줘야 공부할 마음 생겨
인간의 뇌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와 판단력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이 있는데 두 부위는 서로 연결돼 있다. 변연계가 흐트러져 있으면 신피질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요컨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코칭 과정에서 흐트러진 마음이나 감정 상태를 바로 잡아줘야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
서 씨가 맡은 학생 중에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집중력이 낮아, 10분을 앉아있지 못 할 정도였다. 서 씨는 이 아이와 맞춰주기 위해 도구와 영상을 갖고 아이와 같이 발을 맞춰 행동했고, 아이는 차츰 집중력이 향상돼 1년 뒤에는 1시간 반 정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게 됐다. 아이의 치유를 위해서는 '같이 행동하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코칭은 아이들 못지 않게 부모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청소년기까지 부모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코칭을 잘해도 아이와 부모님과의 관계가 깨지면 소용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서 씨는 코칭을 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 코칭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다.
아동 심리학에는 '아동은 어른을 신뢰하지 않으면 자기 얘기를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코칭을 받는 아이와 강사의 신뢰 형성이 무척 중요하다. 서 씨는 코칭 시작시 1~2개월 정도는 바로 공부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가 서 씨를 신뢰하도록 자존감을 살려주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 개개인의 성향이 모두 다른만큼 접근방법도 달라진다. 자존감이 망가진 아이들은 회복이 오래 걸리는 반면, 건강한 아이들은 2~3주만에 공부법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코칭 받는 아이와 강사의 신뢰 형성이 무척 중요
서 씨는 원래 직업은 '부동산 개발'이었다. 동시에 인문학 강의를 자주 하러 다녔다. 그는 또한 신앙생활을 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공부법에 있어서 헤매는 것을 보고 일주일에 한 번 모아놓고 제대로된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서 씨에게 공부법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바뀌어가자 정식으로 공부법 강의 의뢰가 들어왔고 그는 몇번이나 제의를 거절하다가 결국 수락했다. 서 씨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상처가 보였고, 그 상처가 삶을 가로막고 있음을 알게 됐다. 상처의 종류는 친구 관계, 자기 표현 등 다양했다.
그는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뇌 과학까지 공부 범위를 넓혔다. 결국 그는 2012년 3월부터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코칭하기 시작했고 '방향이나 방법을 알고 공부하면 훨씬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고 확신하게 됐다.
서 씨는 "아이든 어른이든 처음 상태 그대로 가긴 힘들기 때문에 상처가 나면 복원시켜야 한다"며 "(나는) 아이들과 같이 한다는 것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메울 수 없는 상처가 있는 사람들, 공허함 있는 사람들을 코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씨는 끝으로 "누구나 서울대를 갈 수는 없지만 SKY(서울·고려·연세대)가 아니더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코칭을 통해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 씨는 지난 23일 부천 원미고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코칭'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코칭'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힘입어 서 씨는 오는 30일에도 두 번째 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