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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STV]임매자의 수필집 ‘은비늘 같은 시간’ 출간

  • STV
  • 등록 2012.08.30 06:53:45

거기 딸이 있었다. 그리고 몸을 찢고 나온 뻣뻣한 슬픔이 있었다.

 

 

네 아이디는 파랑이었잖아

 

은비늘은 승화의 빛깔이다. 임매자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은비늘 같은 시간>이 해드림에서 출간되었다. 수필의 비 대중성을 극복하고 묘사의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수필들로써, 살아온 날들 가운데 여전히 살아 있는, 시간의 은린을 엮었다.

은빛이 깃든 정조, 은비늘처럼 빛나는 애잔함과 슬픔이 차르랑차르랑 다가오는 수필집이다.

 

빛을 잃어버린 물고기의 은린처럼 차갑기만 하다면, 빛이 없이 슬프기만 하다면 그것은 원색의 본능적 감정일 뿐이다. 따라서 희번덕이는 은어 떼처럼 살아 있는 은빛은 승화의 빛이요, 부활의 빛이다. 빛을 빼앗긴 은색은 아무런 여운이 없다. 그래서 <은비늘 같은 시간>에는 먼 바다의 윤슬처럼 여운이 하염없다.

 

은빛의 꽃가루가 있어 꽃을 더 아름답게 한다. 시간의 은비늘은, 시간의 은빛 꽃가루이다. 지적 충족을 가득 채우며 독서 충족을 만끽하게 할 이번 임매자 수필집은, 어둠속에서도 은은히 빛나는 꽃 속의 형광처럼 수필의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감히 승부를 두어도 좋을 수필집의 대중성에 초석이 될 것이다.

 

은비늘처럼 빛나는 유감반경

 

중견의 유로(由路)를 관통하는 여기 수필들은, 연륜에서나 독자의 가슴에서나 이제 탄탄히 착근한 느낌이다. 은근한 아픔을 감춘 가족과 미학의 성채를 깔깔히 체감할 수 있는 그림, 영화와 이웃들이 내뱉는 감정선의 의미 작용이 끈끈하다.

 

무엇보다 군잎 없이 마무리되는 작품들의 유감반경(有感半徑)이 넓다. 따라서 미적이고 지적인 쾌감이 때로는 가슴을 탁탁 치며, 때로는 널따란 들판에서 폐부로 들이쉬는 바람처럼 평화롭다.

 

은류하는 속표정이 사품친다. 새끼손가락처럼 뚝 떨어져 짠한, 그러나 은비늘처럼 빛나는 사물들을 찾아 모았다. 날마다 마음은 숯불처럼 이글거려서 누군가를 향해 수탉처럼 발톱을 세우고 싶은’, 아픔을 만지작거릴 때 보이는 그것들이 슬픔과 아픔으로 푹 젖어버리게 할지라도, 이 또한 승화의 은빛이요, 아픈 독성을 빼내는 빛깔이다.

 

아픔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것은 낮고 어둡고 습하고 비좁은 틈새에서 꼼지락대면서 숨을 쉬고 있는 것들이다. 박제가 된 날벌레, 길을 가로질러 질주하다 문득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생쥐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아스팔트 틈새의 풀꽃, 작고 앙증스러운 잡초들. 그들은 예전부터 땅에 배를 대고 땅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렇게 티끌같이 작은 것들이 톡톡 건드리며 말을 걸어왔다. 그것을 묶었다.

 

이것으로 말하다, 순백의 스파티 필룸 같은 구절들!

 

나는 슬픈 몰입에 빠져 힘없이 탁자에 엎드렸다. 그의 그림 속에서 신비한 환상 속을 휘젓다 나오니 어느새 사람들은 저녁을 둘둘 말아서 가지고 나가고 없었다. 창밖엔 어둠이 페인트처럼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박항률의 이미지들에 얼마나 물어 뜯겼는지 가슴께가 온통 아파져 왔다. - ‘거기 딸이 있었다중에서

 

이제 마음을 편하게 풀어헤치고 넓고 깊고 아득하고 오묘한 영의 세계에 깃털처럼 보잘것없는 내 존재를 놓아두고 그저 사람 사이에서 부드럽고 연하고 평화롭고 물렁물렁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 ‘사유의 빈곤을 감추기 위하여중에서

 

백합같이 하얀 고깔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이름을 불러보아도 도무지 이 이름은 와 닿지 않는다. 순결한 순백의 등불 같은 내 아가에게 스....룸이라니.… ‘등불 같은 순백의 스파티필룸중에서

 

꼼짝없이 가지에 붙들려서 긴 넋두리를 듣고 있던 달도 지겨운지 목련가지에서 달아나 높이 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산짐승처럼 으르렁대고 허공에 박치기해도 이 서러움은 이 몸을 눕히지 않고는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바람난 목련중에서

 

신랑 신부를 안아주려고 길게 줄을 서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들, 그 풍경은 일급수에 사는 열목어를 보는 듯 가슴에 투명한 파문을 일으켰다.

 

시청 복도에서 기다리던 그들 중 한 사람이 독일어로 무어라고 하니 사람들이 몸을 흔들며 폭소를 터트린다. 마룻바닥에 웃음이 때굴때굴 튀어 다녀 흡사 분무기로 기쁨을 뿌려주는 것 같았다.

 

비 내리는 창에 이마를 댔다. 유리창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물방울이 툭 터지며 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물방울의 표정은 어쩜 저렇게 풍부하고 다양할까.- ‘독일에서 결혼식을중에서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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