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그동안 금기시됐던 죽음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활발해지면서 장례지도사나 화장장 근무자들이 쓴 책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 중 지난 2월 출간된 『대통령의 염장이』는 화제를 모은 책이다.
저자인 유재철 대한장례문화원장은 6명의 대통령을 배웅하며 ‘대통령의 염장이’로 주목을 받았다.
최규하, 노무현,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염을 직접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진행도 도맡아 진행했다. 그야말로 국가대표 장례지도사라 할까.
유 원장은 산 사람과의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약속 중에도 연락이 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사람이 죽으면 언제든 달려가 고인의 마지막을 장엄하게 마무리한다.
죽음을 매번 마주한 덕분에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유 원장. 그는 “세상에 태어날 것을 걱정하는 아기가 없듯 세상을 떠날 것을 걱정하는 이가 없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가 대통령 장례식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최규하 전 대통령 때였다.
2006년 10월 최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말을 듣고 곧장 장례식장에 갔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비서진과 유족에게 ‘왕실 장례’를 제안했다.
유족들이 수락하자 왕실 장례 전공자와 함께 장례식을 진행했고, 최 전 대통령의 염은 유 원장이 직접 맡았다.
대통령을 염하는 상황에 긴장도 했지만 온화한 최 전 대통령의 모습에 모두들 마음이 풀어졌다.
그렇게 대통령과 맺은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기 전날 그는 원로 탤런트 여운계 씨를 염습했다. 그리고 들려온 노 전 대통령 소식에 홀연히 봉하마을로 향하던 중 정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장례를 진행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의지를 보여준 이답게 입술이 굳게 닫혀있었다. 유 원장은 정성스레 염해서 대통령을 배웅했다.
유 원장은 장례 문화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죽은 사람은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고, 장례식도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이 풀어야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