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사용빈도 줄이기가 시행된지 10개월이 됐다. 커피숍에서는 플라스틱 잔 대신 머그잔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대형마트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되는 등 생활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왔다. 국민들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이 과도한 현실을 인정하고 이 같은 대책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장례식장은 이 같은 세상의 변화를 비켜갔다. 문상객 맞이로 전쟁터가 되는 장례식장에서 식기를 일일이 설거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사 때에 조문 온 손님들의 상차림을 준비만으로도 장례식장 도우미와 고인의 친인척 들은 허리가 휜다.
장례식장에서는 문상객들을 상대로 밥과 국, 간단한 반찬류가 제공된다. 각종 술안주 등 주전부리도 빠질 수 없다. 이 같은 음식은 모두 일회용품 용기 안에 담겨 제공된다. 종이 용기도 쓰이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이다.
19일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밥·국 그릇을 제외한 접시류 사용량은 연 2억1600만개로 756톤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5년 전인 2014년 3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안을 내놓았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상조회사로부터 일회용품을 제공받을 경우에는 규제를 피해가게 된다. 사실상 규제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 또한 “지금 장례식장은 규제 예외를 받는 것은 맞다”면서 “여러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환경부는 급한대로 공설 장례식장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설 장례식장은 전체 장례식장 1천96개 중 45(4%)에 불과한 상황이다.
공공기관들 또한 장례식 일회용품 지원에 큰 예산을 쓰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 장례식 일회용품 지원에 16억 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장례식장 영업을 하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힘들다”라면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친환경 식기를 사용을 권장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례협회 박일도 회장은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제한은) 어떤 방법으로든 가야될 방향이라고 본다”면서 “세계적·국가적 흐름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회장은 “며칠 전 장례식장 대표들 교육할 때도 이야기를 했다”면서 “(일회용품 사용제한을) 어떻게 하면 사업자들이 불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을지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아야 할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