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미국 외교의 설계자’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코네티컷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0세.
정치현실주의자로 미국 외교의 밑그림을 그린 키신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비난과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닉슨과 포드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번갈아 맡아 미국 외교정책을 입안하고 이끌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미국과 소련과의 데탕트(긴장완화) 정책을 펼쳤고, 1972년 5월 미·소 양국 간 핵무기 배치를 동결하는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도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핑퐁외교’를 성사시켰고,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만들어냈다.
이는 1979년 미·중 수교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1973년 1월 북베트남 대표 레득토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남·북 베트남, 미국 사이에 종전을 선언해 파리평화협정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75년 레득토가 남베트남을 침공했을 때 상을 반납했다.
‘친중 인사’인 키신저는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에 대해 ‘딜레마’라고 표현해 반대파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쿠데타로 집권한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지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그는 평생 인권이나 인명을 경시한 비정한 책략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키신저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역사는 가장 드문 상황에서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면서 “오직 다양한 형태의 악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