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참패의 기억을 깨끗이 잊은 걸까.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식사 자체가 여당으로서 자랑스러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바쁜 와중 와준 게 우리와 하나가 되겠다는 큰 행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다 잊자’ 발언도 당혹스러우며, 황 위원장의 ‘자랑스럽다’ 발언은 아연실색하게 된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철퇴를 가했다. 윤 대통령은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집권기간 내내 여소야대 구도의 대통령이 됐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여럿이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원인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제공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 사건에 연루돼 있음에도 호주대사로 무리하게 발령을 냈고,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황상무 시민사회 수석은 마치 언론인을 위협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대파 발언은 결정적이었다. 고물가로 불타는 민심에 기름을 연달아 부었으니 총선 참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자”라고 했다. 그는 총선 참패 이후에도 꼿꼿한 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은 했지만, 이 대표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이야기를 했다. 당연하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해 채상병 특검법 외에 민생 법안도 폐기했다.
거대 야당은 ‘탄핵’을 언급하며 수시로 윤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위협적인 거대 야당의 탄생에 누가 일조했는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가 ‘다 잊자’라고 하면 정말 다 잊혀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