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본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21일이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이야기를 들은 최 수석도 하루 뒤인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로부터 2~3일이 지난 이날까지 처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내부 붕괴 얘기가 자꾸 나와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우리도 하고 있다. 오늘 안에 결정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결단이 늦어지고 있지만 일단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사정라인의 두 축인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 제출은 그것 자체로 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벼랑 끝에 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마저 놓쳐버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을 법률적으로 보좌하는 민정수석의 경우 다음달 중순께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가는 특검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서 그 공백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법무장관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 등 최소 한 달은 소요되는 임명 절차와 후임자 인사가 거의 어려운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사표를 쉽게 수리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도 사표가 반려돼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참모들과 최 수석 거취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으며 사표 반려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표 반려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설득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이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청와대는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이 박 대통령의 피의자로 공표한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검찰 사이에 조성된 대치 국면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거나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한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 수석이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 변호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거나 정권 몰락에 앞서 개인적 탈출구를 모색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한 추측들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의 만류도 소용이 없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두 사람을 내보내주는 것은 자칫 정권 붕괴의 물꼬로 이어질 수 있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는 선원들처럼 다른 청와대 참모들이나 내각의 줄사퇴로 이어져 정권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검과 탄핵정국에서 필요한 고도의 법률적 판단 창구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뼈 아프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두 사람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 하에 의도적으로 사표 반려를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정라인의 주요 포스트인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동반 사의표명을 한 상황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도 책임을 지고 옷을 벗으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향해 연일 대면조사를 요구하고 녹취록 등 핵심 증거 공개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주목한 시각이다. 검찰은 김 총장의 사퇴는 없다며 선을 긋고는 있지만 박 대통령이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를 오랫 동안 틀어쥐고 있을수록 김 총장의 거취 문제도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사표 반려를 계속해서 지연시키면서 검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물러나겠다고 한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수사를 지휘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정상적 국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