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이병호 국정원장이 19일 여야가 사활을 걸고 격돌하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 대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사견'을 수차례 밝혀, 야당이 반발하는 등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정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 뒤 브리핑을 통해, 이 원장이 '송민순 회고록'에서 서술된대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직전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이번 사건의 쟁점 중의 하나인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을 결정한 시점도 2007년 11월 20일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린 시점을 2007년 11월 20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에서 받은 쪽지를 들고 있었다고 송 전 장관은 주장했다. 문제의 쪽지에 북한의 입장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측은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이미 결정됐고, 반발하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을 설득하는 과정과 북한에 우리정부의 방침을 통보해 주기 위해 공식 발표를 20일로 늦추게 된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송 전 장관의 주장대로 11월 20일에 기권 결정이 난 것이라면, 북한의 의견을 구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결국 이 원장은 새누리당과 송 전 장관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히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 원장은 백종찬 당시 안보실장이 북한으로부터 건네받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쪽지'의 실체에 대해 "정보 사안이기 때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 원칙이 적용돼 이 시점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은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맞고, 이에대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만복 국정원장의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는 제안에 대해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된다"며 "참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이 원장의 잇따르는 '사견 방출'에 야당 의원들은 "어떤 자료에 근거해 답하는 것인가"라고 강력 반발했고, 이 원장은 "자료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 것이다. 자료는 확인중에 있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오늘 발표한 모든 것이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게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에 따른 답변이었다"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식의 답변이었다"고 이 원장을 비판했다.
이에대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장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국감에서 국회의원이 국정원장에게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사견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측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또다시 야당 대선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섰다"며 "정부여당이 국정원을 앞세워 지난 대선에서 재미를 본 종북몰이 안보장사판을 또 벌이려 한다"고 국정원장의 사견 방출의 배후는 박근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경미 대변인은 "국정원장 스스로 '정치적으로 휩싸이는 것을 경계한다'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정치적인 발언은 다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