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20대 국회 개원 국회의장 선출을 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입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원구성 협상이 기한 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7일 국회의장 선출을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이 경우 1, 2당이 각각 1석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표심이 결국 국회의장 선출을 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일단 의장 선출에 관해선 공개적으로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정국에서 야당 간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소여(小與)'인 새누리당에 의장직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장 원내지도부 수장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입장이 유동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은 제1당이 가져가는 게 원칙, 그러나 왕도가 없다"고 했다. 이를 놓고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새누리당에 국회의장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원내대표 추대 직후인 지난달 말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실정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협력하겠다"며 새누리당에 국회의장을 넘겨줄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그는 다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직후 여야 관계가 급랭한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에 줘서 국회법 재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미하지만 국회의장을 여당에 줄 수도 있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은 아울러 통상 국회의장과 분리 배치되는 법사위원장은 야당에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의당 스스로가 법사위원장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 비춰 거꾸로 해석하면 법사위원장은 더민주, 국회의장은 새누리당이 갖는 결과가 된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게 된다고 해도) 우리가 굳이 반대하고 나설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일단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배분한다는 원칙만을 토대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이 기존 보건복지위·교문위·산자위·농해수위 등 4개 상임위를 중점 상임위로 두고 협상을 추진한다는 입장에서 갑자기 기재위를 중점 상임위에 포함시킨 것 역시 새누리당에 의장을 배분할 수 있다는 포석으로 읽히기도 한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받는 대신 상임위 차원에서 양보 폭을 넓히도록 당초 중점 상임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기재위 카드를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재는 1석 차이로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경우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가져갈 명분이 없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갈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다만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이 가져갈 경우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받아야 한다는 게 더민주의 입장이어서 협상 마무리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으로선 3개 핵심 위원장 자리를 모두 더민주에게 내준다는 조건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정권을 쥔 국민의당은 일단 정부여당과의 대치 국면을 비롯해 20대 국회 초반 더민주와 공조할 사항이 많은 상황에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당분간 협상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수석은 "우리는 그냥 쳐다보고 있다"며 "(자율투표 역시) 오늘 나온 얘기라 당내 의견이 모두 모아지진 않았다, 원론적으로 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