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중국이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관련국들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해 중국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곧바로 5자회담 지지 성명을 내며 대(對)중국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6자회담 주요 당사국들 간 사전 조율 없이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 한·미·일 3국과 중·러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하나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 도출까지 갈 길이 더욱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중이 대북제재 도출에 있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합동 업무보고 자리에서 "과거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이후 8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중국 정부에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아니면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 측의 미온적 태도로 성사되지 못했던 '5자회담'을 제안하며 재차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자 중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이 있었던 당일 오후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는 중의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박 대통령의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는 대국민 담화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양국 간 협조와 협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복수의 외교 전문가들은 당시 우다웨이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경고의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외, 대남 정책은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5자회담'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정부는 중국이 거부감을 가진 '사드'와 '5자회담'을 언급하며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을 만나 "5자회담으로 6자회담을 대체하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며 "5자회담은 북한을 만나기 전에 공동으로 대책을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실효성'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5자회담'과 관련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측과도 얘기를 해왔다고 강조하며 앞선 박 대통령의 제안이 '돌출 발언'이 아니었음을 애써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6자회담이 실효성이 없다는 건 기본 팩트다.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안 열리니까 5자회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중국 측에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중국에 타격을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비핵화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압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 중국이 동의한다면 지금까지의 접근과 달리 5자 협의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현재로써 정부는 미국과 중국 간 담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중국이 거부하자 다음날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 성명을 내고 '5자회담 제안' 지지 의사를 분명히했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있어 중국이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중국이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이 추가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거라는 방침도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가 한국과 미국 대 중국 간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가운데 미국은 오는 27일 중국과 대북제재 담판을 벌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으로 넘어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