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 한국은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의 시동을 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연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1997년에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전까지 경제 성장은 멈출줄 몰랐다.
한국은 1997년까지 불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불황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고 1998년도 경제성장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온 나라에 곡소리가 가득했다. 수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 가족들에게 해직 사실을 알릴수가 없어 산으로 출근하는 가장들도 많았다. 큰 기업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막을 수가 없어보였다.
구제금융 사태 여파는 컸다. IMF의 요구로 김대중 정부는 한국 경제에 수술을 시도했다. 메스는 날카로웠다. 민영화와 동시에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금 모으기 등 한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끝에 2001년에 구제금융 사태를 조기 졸업했다.
문제는 다시는 10%의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시절, 한국의 노동자들은 피와 땀을 흘려 일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대신 일사분란하게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민주주의는 희생되었지만 경제는 살았다. 10% 성장과 은행금리 15%가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계 경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일본의 제품보다는 가격이 싸고, 중국의 제품보다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팔아왔다. 1970~80년대 일본의 제품을 사던 세계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진 일본 제품 대신 한국 제품을 샀다. 그러나 한국도 물가 수준이 상승하면서 인건비가 점차 올라갔고, 이에 따라 상품 가격이 상승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공장을 중국으로, 동남아로 옮기면서 인건비 상승에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기업들의 성장을 막지 못했다. 반도체, 휴대폰,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주요 먹거리 산업은 중국의 추격을 허용했고, 거의 다 따라잡혔다. 30년 동안 죽도록 뛰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자리에 오르나 했더니 어느새 중국이 우리를 다 따라잡았다.
이제 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에서는 일본에게 밀리고, 대량생산을 주력하는 산업에서는 중국에게 밀리는 실정이다. 휴대폰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3, 4, 5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하는 한국경제가 이제는 샌드위치마저 잃은 신세에 놓였다. 반도체, 휴대폰, 조선, 철강 등 한국이 강한 분야에서 모두 따라잡히면 한국은 먹거리가 없다. 강하다고 자부하던 IT산업 중 게임 분야에서도 중국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풍전등화에 놓인 한국 경제의 방향타는 누가 잡을까. 지금 여야 정치권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신경 쓰느라 한국 경제가 침몰 위기인 것도 모르는 듯 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뛰어도 경쟁이 될까말까 한 상황인데 발목잡기에 혈안이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다투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국내의 문제다.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루라도 빨리 전기자동차, 첨단 바이오 산업, IT, NT 등에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각 분야에 맞는 인재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인재 지키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노동총궐기 집회를 두고 합법이냐, 불법이냐로 싸우는 이 순간에도 일본과 중국은 우리의 파이를 갉아먹고 있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