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북측이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구를 합의문에 넣자는 요구를 반복하면서 회담이 공전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에 추가회담 제의를 아직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한다는 걸 분명하게 하자"며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합의문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통상 회담을 하면 공동보도문 문안을 놓고 넣고 뺄 것을 협의하는데, 이번에는 공동보도문 작업을 하는 단계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북은 지난 11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회담을 열었다. 남북은 이틀간 1번의 전체회의와 5번의 수석대표 접촉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12일 오후 6시20분에 시작된 5차 수석대표 접촉에서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표출,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하면서 회담은 결렬됐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답이 없으면 추가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이번 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러한 원칙 하에 기조연설도 짧게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박왕자씨 피격 사건과 관련해 신변안전, 재발방지, 사업자 재산권 회복 등의 문제에 대한 협상을 먼저 진행한 다음에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고위당국자는 "남북의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협의해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에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내년 1월 말에 적십자회담과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며 "그러나 북측은 '재개를 분명히 하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선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경직된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여 진전되지 못했다"며 "남북관계 실질적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했으나 북한이 '재개 합의'를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은 8·25 합의 이행의 틀로 돌아와 우리가 제의한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후속 회담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당국회담에서 북측에 개성공단 등과 연계한 개발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담에서 정부가 강조했던 신변안전 보장,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남북관계의 난항을 예고했다.
남북이 이번 회담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다음 회담 날짜도 정하지 않고 돌아선 만큼, 냉각 국면을 맞게 된 남북이 당국회담을 다시 개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실무회담도 마찬가지다. 최근 활발히 진행됐던 민간교류 또한 위축될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고위당국자는 "현재로서는 (회담 제의를) 검토하는 게 없다"며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