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여야는 3일 새해예산안을 비롯해 49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2일 오후 2시에 예고됐던 본회의는 무려 9시간이 지난 밤 11시를 넘겨서야 겨우 열렸다. 이 때문에 새해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을 48분 넘긴 3일 오전 0시48분께 통과, 법 위반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여야 극적 합의, 자고 일어났더니 '이상민 변수' 발발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일 새벽, 새해예산안을 비롯한 5개 쟁점법안을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한 2개 법안과 일명 남양유업법 등 야당이 경제민주화법으로 규정한 3개 법안을 주고받는 식으로 합의했다.
여야가 새벽 협상을 통해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새해예산안의 법정 기한 내 처리는 청신호를 켜는 듯 했다.
그러나 날이 밝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5개 법안은 법사위에 회부도 안 됐고, 알지도 못하는 법"이라며 숙려기간을 거쳐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쟁점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이 위원장을 설득해서라도 자체 해결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상민 위원장은 "내가 무슨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다"라며 "나는 법대로 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원칙론으로 맞섰다.
결국 예정됐던 오후 2시를 넘겨서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지도부를 불러 중재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국회법 85조 규정에 의거 5건의 쟁점법안은 여야가 이미 통과시키기로 합의 서명까지 한 만큼 심사기한을 지정해 직권상정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국회의 원칙과 질서라는 것을 국회의장으로서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여당에 비상이 걸렸다.
정 의장은 다만 새해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은 지켜야 하는 만큼 오후 7시로 본회의를 늦춰 예산안 처리 방침을 밝혔다.
쟁점법안 처리 무산 소식을 전해들은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격분했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야당은 물론 정 의장까지도 성토했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고위 직후 정 의장을 찾아가 "5개 쟁점법안은 이미 여야가 오늘 새벽에 합의한 법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결국 종전 입장을 접고, 5건의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2일 밤 9시까지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라고 심사기간을 지정, 직권상정 절차에 돌입했다.
오후 7시에 예정됐던 본회의는 다시 오후 8시로 연기됐다.
◇야당, 의총만 4시간…이종걸 '원내협상력' 도마에
새누리당은 쟁점법안 처리 방침이 전해지자 오후 7시 40분부터 2시간 가량 의총을 진행한 후, 곧바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일 저녁 6시45분께 시작됐던 야당 의총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는 등 무려 4시간여 동안 계속됐기 때문이다.
115명의 의원이 참석한 의총은 이날 본회의에서 쟁점법안을 처리하느냐 여부를 놓고 의원들이 백가쟁명식 토론을 이어가면서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의총에서는 이종걸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의총 도중,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제외한 쟁점법안은 처리 하지말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의총 중단을 선언하는 혼선까지 빚어졌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의총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결국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2차례 순연되며 9시간 늦어진 밤 11시 9분께 개의했고, 새해예산안은 차수 변경을 통해 3일 오전 0시 48분께 통과됐다.
법정 예산안 통과 시한을 48분 어긴 후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예산안 표결에 앞서 "(예산안 처리가) 45분 지연됐지만 예산 심의를 마칠 수 있게 돼서 의장으로서 다행"이라며 "작년에 이어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는 전통이 굳건히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법 위반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