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 매년 찾아오는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은 고생하시는 선생님을 위해 이런 저런 선물을 준비한다.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나 카네이션 꽃을 준비해서 선생님의 노고를 기리고, 앞으로도 가르침을 잘 부탁한다는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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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원미고에서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사진-김충현 |
이처럼 스승의 날은 보통 학생들이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하는 날인데, 오히려 선생님이 큰 사랑으로 학생을 감싸는 학교도 있다. 경기 부천에 위치한 원미고등학교(교장 김용기)가 그 주인공이다.
원미고는 재직중인 선생님과 교직원 일동(총 120명)이 각자 한달에 3천원씩 자발적으로 낸 돈을 모아 장학금을 운영한다. 원미고가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조성하여 지급한 장학금 액수만 해도 1천6백만원에 달한다.
학교 외부에서 장학금을 기탁하는 경우는 많지만 학교 내부에서 선생님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장학금을 조성하고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원미고 학생들은 장학금 수여 행사를 통해 선생님들의 큰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원미고는 15일 특별한 행사를 치렀다. 스승의 날인 15일에 선생님들과 교직원 전원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이 장학금을 품행이 방정한 모범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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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미고 김용기 교장이 재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김충현 |
원미고등학교 멀뫼실에서 치러진 이번 장학금 수여식에는 김용기 교장이 직접 10명의 모범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했다(멀뫼는 원미산의 옛이름으로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다. 멀뫼실은 원미고등학교의 강당이다). 장학금은 부모님에게 전달된다.
김용기 교장은 이날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고 노력하자"며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 학습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장은 "앞으로도 잘 노력해서 훌륭한 일꾼이 되달라"며 "적극적인 태도로 학업활동이나 특기활동에 참여해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교장은 "얼마 되지 않지만 장학금 수여식은 뜻깊은 자리"라며 "교직원 전체가 학생들을 마음으로 성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김 교장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은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서로 위로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자. 실력을 갈고 닦아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뻗어 나가 남은 사람의 몫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장학금 수여 행사가 끝난 뒤 원미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편지글 쓰기 행사를 통해 아픈 이들을 다독이고, 그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1>김용기 교장 "진정한 스승은 학생을 안내하는 사람"
▲ 원미고 김용기 교장은 '진정한 스승은 학생을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충현 |
김용기 원미고등학교장은 교육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김용기 교장은 학생들이 항상 나서서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미고의 비전인 '원대한 꿈, 아름다운 도전'처럼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김용기 교장의 말에는 힘이 묻어났다. 또한 자신감이 넘치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음을 확신하게 했다.
- 원미고가 장학금 수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이하 시사한국)
"2011년부터 학생 격려 취지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금년에 규모를 더 확대해 대상자를 늘릴 생각입니다."(이하 김용기 교장)
"2011년부터 학생 격려 취지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금년에 규모를 더 확대해 대상자를 늘릴 생각입니다."(이하 김용기 교장)
- 외부에서 장학금을 기탁하는 경우는 있어도 내부에서 장학금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수요하는 것은 드문 일 같은데요.
"한 달에 차 한 잔 값인 3천원씩을 모아서 조성하고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자율적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싫은 소리 없이 동참하고 있어서 기쁩니다. 우리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자'는 목표를 공유해 다들 장학금 적립을 도와주시고 학교 분위기도 매우 좋습니다. 행정직원들도 제가 교직생활하면서 만난 행정직원들 중에 가장 뛰어납니다."
-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저희 원미고는 학생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강조합니다. 학교 비전 '원대한 꿈, 아름다운 도전'처럼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비전도 공모를 통해 정했습니다."
- 원미고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활동들이 있다던데요.
"1학년들 대상으로 '진로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단순히 아무 정보 없이 막연하게 꿈을 가지는 게 아니고 직접 겪어보고 적성을 찾자는 취지입니다. 2박3일동안 적성검사도 하고, 직업체험도 하면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클 수 있게 지도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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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찍어준 김용기 교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김 교장은 학생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사진-김충현 |
- '희망캠프'라는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희망캠프'는 아름다운 도전을 위해 학교 생활에 다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선생님과 부모님이 함께 도와주는 활동입니다. 산행을 하거나 수목원을 방문하고, 사제동행 체육대회를 펼치며 적응력을 높입니다. 꿈을 세우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김장 담그기도 했고, 올해는 연탄 나르기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 공부방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야간 자율학습이 이뤄지는 저녁시간에 희망자들을 모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3학년 같은 경우 입시 종합전형에 도움이 되도록 통합논술 과목을 운영 중입니다. 또한 사람 수가 적은 선택과목 같은 경우에도 주2회 2시간씩 총 4시간의 수업을 진행합니다. 기존의 교과목과는 다른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논술이나 영화보고 영어 프리토킹 등 맞춤형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경기도교육지원청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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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원미고가 초청한 몽골 현직 교사 '퓨레브 먁마르슈랭'(좌)와 통역사 엥켈. 사진-김충현 |
- 학교에 외국인 선생님도 계신가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초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유네스코 사업의 하나로 다문화 교사 추천사업입니다. 몽골 현직교사를 초청했고, 몽골에서 직접 오신 선생님이 저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이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큰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원미고의 안전대책이 궁금합니다.
"평소 안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터진 바로 그날(4월16일) 저희 원미고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비행기로 갔습니다. 학부모님들이 크게 걱정하실 것 같아 네이버 밴드라는 프로그램에 학생들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 했습니다.
보통 수학여행을 가면 발목을 삐거나 가벼운 부상을 당하는 학생들도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단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안전하게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철저히 확보하기 위해 교감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고생했습니다."
- 세월호 참사가 학교에 끼친 영향이 있나요?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얼마전에 학생 대표들과 분향소에 다녀오는 등 조문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동년배들이 당한 사고다 보니 아이들도 깜짝 놀란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각자 부천시청 분향소에 다녀오라고 말했습니다. 많이들 다녀온 것 같습니다."
- 교장선생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스승'이란 무엇일까요?
"학생들을 잘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지식전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으로 소질 개발과 진로 개발을 도와줘야 합니다. 특히 자신감을 갖고 학생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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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도중 찾아온 학생들이 김용기 교장에 전달한 쿠키와 음료수. 학생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사진-김충현 |
김용기 교장은 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학생들이 교장실로 직접 찾아와 스승의 날 선물이라며 쿠키와 음료수를 내밀었다. 김 교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학생들의 선물에 기뻐했다. 또한 얼마 전 학교 안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해 찍은 사진도 자랑하는 등 '학생과 함께하는 교장'의 모습을 보였다.
부천 원미고는 안으로는 교직원들이 화합해서 학생들을 아끼며 사랑하고 있다. 그 원미고를 이끄는 김용기 교장은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행복한 교육자였다. 스승의 날에 이보다 더 행복한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까.
<특집2>몽골에서 부천 원미고로 온 '퓨레브 먁마르슈랭' 선생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