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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TV】이호근 기자 = 배우 윤석화를 비롯해 국내 금융‧문화‧예술계 인사 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의 명단을 전해오고 있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30일 오후 2시경,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종금 김석기 전 사장과 배우 윤석화 등 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뉴스타파가 이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작업을 통해 발표한 3차 명단에 따르면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그의 배우자인 연극배우 윤석화 외에도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들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모두 1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김석기 전 사장이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Premier Corporation INC)'이란 페이퍼컴퍼니에 등기이사로 등재됐으며, 1993년 2월 23일에 설립된 PHK 홀딩스 리미티드(PHK Holdings Limitied)'에도 등기이사로 이름이 올랐다. 이어 2001년 10월 29일 설립된 '자토 인베스트먼드(ZATO Investment LTD.)에는 주주로 등재되는 등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김씨의 페이퍼컴퍼니 중 2001년 2월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Multi-Luck Investments Limited)’ 등 3개사의 주주로 부인 윤석화가 등재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1993년 1월 27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STV아시아(STV Asia Limited)'란 회사에도 나란히 주주로 등재됐다.
언론인 출신의 이수형 전 삼성전자 전무와 앤비아이제트 조원표 대표는 김석기, 윤석화 부부와 함께 2005년 6월 17일 버진아일랜드 설립한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Energylink Holdings Limitied)’의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교육계 인사 중 한 사람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은 2007년 6월 5일 버진아일랜드에 ‘메럴리 월드와이드(Mellerie Worldwide LTD)'란 회사를 설립하고, 같은 해 7월 4일에는 ‘전성용(Chun Sung Yong)’이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9일에는 싱가포르에 '더블 콤포츠(Double Comforts PTE Ltd.)’를 설립해 2007년 한 해에만 무려 세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2008년 10월 21일에는 버진아일랜드에 ‘인적 자원관리 교육 연구소(Human Resource Management and Education Inc.)’를 설립해 총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대부분 차명 등기이사와 주주로 설립됐지만, 실제 소유주는 전 총장이라고 전했으며, 전 총장은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일주일간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수영 OCI 회장 부부와 최은영 현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황용득 현 한화역사 사장 등 재계 이사 12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재계 인사 외에 처음으로 문화‧교육계 인사를 발표함으로써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1, 2차 명단을 통해 발표한 12명과 3차로 발표한 5명을 더하면 지금까지 공개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연루자는 총 17명에 달하며, 재벌 오너와 임직원부터 금융계, 문화계, 교육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다음 달 3일에 4차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매주 한두 차례 발표할 것임을 밝혀 당분간 적지 않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정계에서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인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등 사회 전 영역을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특히 국세청이 29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12명이 포함된 23명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국세청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법인 15곳과 개인 8명에 대한 역외탈세 조사 탈수 사실을 공개하는 등 세무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최근 재벌닷컴이 공개한 조세피난처 해외법인 소유 그룹 명단에 포함된 효성그룹과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생명 등에 관해서도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해 역외탈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미 뉴스타파 명단에 들어간 사람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의 외환거래 신고의무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역시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해외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어 그야말로 ICIJ와 뉴스타파의 ‘X파일'이 사회 전반에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뉴스타파는 그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몇 주간 공동취재 해왔다.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 2,0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에 뉴스타파는 지속해서 관련 자료를 검토해 역외탈세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명단을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혀 불길이 어디로 번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정치권 인사들의 연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정치인 명단 발표도 임박했다는 말도 나돈다. 정치인의 페이퍼컴퍼니 연루 여부는 재계와의 관련성 등 검은 커넥션이 나올 수 있어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거센 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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