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기간 동안 잦은 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성급히 발표했다가 상대국의 항의를 받는가 하면, 대통령의 실언에 어줍잖은 해명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외교라인의 문책과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 일정은 양국이 합의 하에 동시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본이 공식화하지 않은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이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대통령실은 “일본도 흔쾌하 하기로 했다”고 못을 박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다시 반발했고, 이에 대통령실은 정상회담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한국 언론에는 정상회담 일시를 알리지도 못한 채 정상회담에 임했다. 일본 취재진은 정상회담장에서 대기하면서 취재했으나, 한국 언론은 뒷북만 울려야 했다.
또 대통령식은 ‘약식 (정상)회담’이라고 규정했지만, 일본은 격을 낮춰 ‘간담’이라고 불렀다. 여러모로 불협화음이 감지됐다.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었으나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을 이유로 이를 취소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여러 달 전부터 조율된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조율됐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상회담 취소라는 결정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회담 개최사실조차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환담을 나누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다.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마주침에 가까웠다.
결정타는 윤 대통령 본인이 날렸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폄훼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수행원들과 나눈 사적인 발언이기는 하나 TV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알려지게 됐다. 외교적 무례로 남을 만한 일이다.
대통령실은 “미 의회가 아니라 한국 야당을 가리킨 것”이라고 어설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담백하게 사과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볼 때 대통령실은 논란을 오히려 키우는 모습이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행보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대통령실 외교라인은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외교라인을 문책·쇄신하고 윤 대통령 스스로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뢰가 없이 정치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