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 동안 검찰이 무리하거나 부실하게 수사했던 사건들이 대거 재조사 도마 위에 올랐다.
박종철 고문사건을 비롯해 강기훈 유서대필, 약촌오거리 사건, 광우병PD수첩 기소,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 등이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운데, 재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치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 등을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권고한다고 6일 밝혔다.
우선 재조사 대상에 오른 사건 중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경찰이 저지른 고문 사건이지만 검찰도 이를 은폐하는데 상당히 관여했다. 당시 검찰은 4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박씨에 대한 부검을 주장해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환 검사는 수사 일선에서 배제됐고, 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해자'인 경찰에 넘겨주는 등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검찰이 벌인 대표적인 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강기훈씨를 분신자살한 김기설씨 유서를 대필한 혐의로 수사해 기소했다. 분신한 김씨 유서와 가족이 제출한 필적이 다르고, 김씨의 유서가 강씨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발표가 주요 근거였다. 그러나 결국 2015년 5월 대법원은 강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필적 감정과 정황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꼽히면서 '한국형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옥살이를 시켰다가, 정작 범인이 잡혔는데도 검찰이 재수사를 반대했던 사건이다. 2000년 8월에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차례 찔려 사망한 뒤 당시 청소년이었던 최모군이 범인으로 지목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문제는 2003년 6월 진범으로 보이는 인물 김모씨가 잡혔으며, 김씨의 진술이 최군의 진술보다 더 범행 정황에 가까웠는데도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인 부실·강압 수사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사와 관련된 첫 사과를 하기도 했다.
PD수첩 사건은 2008년 4월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소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한 뒤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벌인 사건이다. 당시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제작진을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당시 임수빈 부장은 검사복을 벗고 물러났다. 이후 검찰은 이 사건을 당시 전현준 부장검사가 맡고 있던 형사6부에 재배당하고 2009년 6월 PD수첩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은 현재진행형인 사건으로 꼽힌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한국노총 간부, 당시 한나라당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에 대해 사찰을 벌여 충격을 줬다. 당시 검찰은 2010년 8월12일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 3명을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윗선개입 의혹을 전혀 수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으며, 최근에는 민간인사찰 폭로를 입막음 하기 위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주고받은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학의 차관 사건은 대표적인 '제식구 감싸기' 의혹 사례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강원도 원주시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됐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성접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과 90% 일치한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