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모두 거물급 유력주자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 흥행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뚜렷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대이다보니 여야 모두 특정 계파의 표쏠림 현상도 아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해 표밭갈이에 나선 후보보다 막판에 등떠밀리듯이, 또는 계파간 대립 구도 속에 눈치를 보며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오히려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與, 친박-비박 전쟁 속 계파색 옅은 주호영 변수 떠올라
전대를 20여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은 서청원-나경원 빅매치가 무산되면서 거물급 없는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
친박계는 좌장 최경환 의원에 이어 맏형 서청원 의원도 '녹취록 파문'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표 주자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미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이 친박계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친박 주류와는 거리를 두고 있어 친박계에서 이들 중 한 명을 조직적으로 밀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비박계에서는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 '친박 패권 청산'을 주장하며 선거 운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비박계의 '공공의 적'이던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이들의 '혁신' 구호도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당내 주류는 '친박'인 만큼 '비박'을 넘어 '반박'에 가까운 정병국, 김용태 의원의 당권 장악을 친박이 과연 호락호락하게 두고보고만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던 주호영 의원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주 의원은 정, 김 의원과 달리 비박계에서도 '결'이 다르고 친박계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인물이다.
비박계 후보 단일화 문제만 하더라도 주 의원은 "친박이 단일 후보를 안 내는 마당에 비박이 인위적으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친박 타도'를 외치는 비박계와는 확연한 선을 긋고 있다.
친박 일각에서는 대표 선수가 다 빠진 마당에 현실적인 타협 카드를 찾아야 한다며, 차라리 주 의원에게 당권을 넘겨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이번 전대를 먹기 힘들어진만큼 비박계에 당권을 넘기더라도 친박계로부터 가장 거부감이 덜한 주 의원에게 친박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추미애-송영길의 지루한 양강구도 속 김상곤 '막판 변수'
추미애·송영길 의원의 2파전 양상이 굳어지는 듯 했던 더민주에서는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등장으로 시들하던 8·27 전대가 활기를 띌 것이라는 당내 기대감도 흐르고 있다.
더욱이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루한 양상을 보이던 '추미애-송영길' 두 중진들만의 그저그런 대결구도에서 김상곤 카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 역시 기존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재인계' 인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해 문재인 대표 체제 아래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를 이끌었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 이후에도 문 전 대표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았을 만큼 둘 사이의 신뢰가 두텁다.
따라서 김 전 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놓고 친노·친문 진영으로부터 우회적인 지원사격을 약속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이번 전대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측면 지원설을 차치하고서라도 김 전 위원장 자체가 추미애, 송영길 두 후보에 견줘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어 내년 대선 후보 선출을 관리하는 '관리형 대표'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혁신안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이번 4·13총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강점 중에 하나다.
다만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조직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 대중적 인지도 역시 두 후보에 비춰볼 때 뚜렷한 우위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크호스로만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분당 과정에서 혁신위가 오히려 당 내분을 촉발시켰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점수가 그리 후하지 않은 점을 김 전 위원장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