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공개적으로 '개헌'을 언급하며 20대 국회의 가장 큰 화두로 '개헌'이 떠올랐다. 여야 중진 의원들도 개원식에 맞춰 열린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포럼에 참석해 개헌 필요성에 힘을 더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문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셈법'이 다르다는 것에 있다.
여권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 제도에 긍정적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중국 순방 당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잠룡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개헌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는 부정적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지난달 일본의 한 대학 강연에서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서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 접근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문제를 '블랙홀'로 규정, "한 치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개헌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전 대표와도 개헌 문제로 각을 세운 바 있다. 청와대는 김 전 대표가 중국 순방 때 개헌을 언급하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과거 박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당시 대통령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 등을 위한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차기 정권 재창출과 유리한 쪽으로 정계 개편을 한 뒤 그에 맞는 개헌을 하기 위해 최대한 개헌 논의를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절충된 제도다. 전쟁 등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지만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외교 대통령'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드를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반 총장이 외교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후보에 나설 경우 상대 후보보다는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지난해 '반기문 대통령-친박 국무총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김무성 전 대표도 한 때 개헌론을 주창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대통령-김무성 총리' 조합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이 4년 임기 중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해 당선될 수 있는 제도다.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한 사람이 장기 집권할 수 있어 여러 부작용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을 시도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째 택하고 있다. 5년 단임제는 그동안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여권보다 대선 후보군이 풍부한 야권에서는 이원집정부제보다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선의 집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야가 이렇게 첨예하게 의견이 갈릴 경우 한 방안으로의 합의안이 도출되기도 어렵거니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도 더욱 어려울 게 분명하다.
한편 순수 내각제는 지난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의 주장 이후 거의 제기되지 않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지난 3월 자신의 출판 기념회에서 "거의 모든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내각제를 우리나라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며 내각제 전환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순수 내각제를 주창하는 인사들은 JP이후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