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여권의 충청권 주자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로 꼽히던 영남지역 출신 후보군이 이번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하거나 내상을 크게 입게 됨에 따라 충청권 유력인사들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충청 출신 인사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단연 첫 손가락으로 꼽힌다. 벌써부터 당내 친박계는 이달 말 방한하는 반 총장의 일정을 확인한 뒤 우호 세력으로 끌어 안으려고 노력 중이다. 또 김종필 전 총리도 반 총장과의 회동을 희망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반 총장을 만난다는 건 충청권 주자에 대한 후원 역할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니 여권 입장에서는 더욱 놓칠 수 없는 카드가 반 총장인 것은 틀림 없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원종 전 서울시장을 임명했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반 총장(충북 음성)과도 지역적으로 연결돼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이 실장 기용에는 반 총장 영입을 위한 부분도 감안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비상대책위원장도 겸임하기로 한 정진석 의원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이날 당을 혁신하기 위해 혁신위원장에 오른 인사도 대전 출신의 김용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역구는 서울 양천을이지만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교를 나왔다. 차기 주자로 가장 강력한 후보군 중 한명에다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혁신위원장이 모두 충청 출신이니 가히 '충청 천하'로 불릴만 하다.
충청권 인사가 뜨고 있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영남권 유력주자들이 힘을 쓰고 있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의 도움 없이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가 크다. 실제 전신인 민주자유당 때부터 이회창 전 총재를 제외하면 모두 영남권 인사들이 대선 후보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총선에서 패배했고, 김무성 최경환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내상을 입었고, 유승민 의원은 아직 복당 여부도 결정나지 않은 상태다. 여권 입장에서는 영남 출신으로 마땅한 카드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총선 패배로 2당으로 물러선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적으로 경상도와 충청도를 연결하는 '경충(慶忠) 연합'으로 대선을 치러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충청권 의원 중에는 반 총장에 이어 당내 중진인 정우택 의원이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충북 출신으로 4선의 정 의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권(당 대표)과 대권(대선 후보) 중 하나를 고르라면 대권”이라면서 “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의 새로운 인물이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이밖에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충남 논산 출신의 이인제 의원도 내년 대권 도전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영남당' 탈피를 위해서는 충청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충청권 주자들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꿈꾸는 '경충 연합'의 서막이 이렇게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