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당 중진들과 수도권 의원들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제안에 대한 수용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총선에서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야권 분열 상황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의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며 "제가 지키고자 하는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혁신과 통합"이라고 발언, 통합을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을 뜻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여야 1대 1구도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유신독재정권 대 반독재 야권세력의 선명한 대결구도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조기 선대위 구상'은 수도권·중진 의원들이 최근 마련해 문 대표에게 제안했다. 계속되는 탈당을 막고, 당의 분열상황을 수습해 총선을 치르자는 고심의 산물이다.
수도권·중진 의원들이 마련한 조기 선대위 구상은 공정하고 신속한 선거관리를 위해 대표가 20대 총선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 대표 등 최고위원회는 일상적인 당무만 보며, 내년 초 안철수·천정배 의원 등과 통합을 위한 조건이 마련됐을 때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재선의 우상호 의원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표를 만나 이같은 안을 전달했으며, 문 대표는 "중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며 "통합이 가시화되면 그만두는 것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니, 당내에서 의견을 모아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김한길 의원 등 탈당을 시사하는 의원들이 뜻을 접는다면, 조기선대위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 의원은 다시 중진의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알렸고, 문 대표와 문희상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이날 밤 전격적으로 만나 '조기 선대위' 구상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다만 일각에서 요구하는 사퇴는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니 당을 안정시키면서 총선에 관여하지 않는 방법이 조기선대위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들은 23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4선 이상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확대중진회의를 열어 조기 선대위 제안을 받고, 이를 당내의 전 의원들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중진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 당내 상황의 타개책으로 조기선대위 구성을 당 소속 의원들 전체에게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의원들도 즉각 성명을 내고 조기 선대위 구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분당의 키를 쥐고 있는 인사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내가 과거에 조기 선대위를 건의했을 때 받아들였으면 오늘의 결과가 왔겠느냐"며 "모든 것이 파탄난 지금, 본인(문 대표)의 거취는 어떻게 되며…"라고 발언했다.
김한길 전 대표의 경우 당내 인사들이 접촉해 조기 선대위 카드를 수용해달라며 탈당을 만류했지만,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구당모임 역시 "좀 더 구체적인 안을 가져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주류인 한 중진의원은 "김한길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5~6명이 탈당할 것"이라며 "이번주 내 장병완 권은희 의원이 탈당할 가능성이 높고, 주승용 의원도 탈당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수도권에서는 김영환 의원이 탈당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조기선대위를 띄운다고 해도, 공천권이 선대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주류 측의 한 의원도 "문 대표는 김한길 의원 등 추가 탈당이 없다는 것이 분명히 정해져야 제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늦게 기자들을 만나 "혁신을 지키고 여야 1대 1 구도를 만드는 통합의 장이 만들어지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문 대표의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공천과 관련해서는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선대위든 전권을 가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공천과 관련된 전권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있는 것이고, 시스템에 따라 가는 것이 혁신안의 요체"라며 "조기선대위서 공천문제까지 논의할 수있는 것처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공천에 관한 것은 혁신위에서 만든 혁신안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