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명 빠진 벨기에를 상대로 졸전 끝에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디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H조 3차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벨기에가 1명 퇴장당한 틈을 타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지난 러시아전, 알제리전 라인업에서 원톱(박주영->김신욱)과 골키퍼(정성룡->김승규)만 교체해서 벨기에전에 나섰다.
벨기에는 에당 아자르, 뱅생 콤파니 등 1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 사실상 1.5군으로 경기에 나섰다. 16강전을 앞두고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다득점이 필요한 한국은 벨기에를 몰아쳤다. 밀집한 벨기에 수비진 앞에서 미드필더 기성용이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때리기도 하고, 골문을 두들기기 위해 측면을 공략하기도 했다. 한국을 돕기라도 하는 듯 러시아는 알제리를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한국의 공세는 벨기에 수비진에 큰 효과가 없었다. 이렇다할 기회가 없이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한국에 호재가 찾아왔다. 전반 44분 벨기에의 스티븐 데푸르가 김신욱의 장딴지를 밟는 파울을 범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것이다.
숫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후반전에 의욕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 뒷공간이 열렸고, 벨기에의 얀 베르통헨은 이를 파고 들어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1명이 빠진 벨기에에게 한국이 농락당한 셈이다.
이날 패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예고돼 있었다. 한국은 강한 압박을 통해 벨기에의 공을 빼앗아 오려고 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은 빠르게 고갈됐다. 체력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파상 공세를 퍼부어 무조건 한 골을 넣었어야 했다. 하지만 미드필더에서 유기적인 패스 연결이 되지 않자, 선수들은 허둥거렸고 연속해서 패스미스가 나오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패스미스는 실점으로 연결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과연 박주영을 선발로 내세울 것인가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일부 축구팬들은 어차피 박주영이 선발로 출장할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김신욱은 나란히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김승규와 함께 맹활약을 펼쳤다. 김신욱은 공중볼을 따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김승규는 비록 1실점을 허용했지만 그 외의 장면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가대표의 자격을 증명해냈다.
결국 김신욱과 김승규의 활약은 이들을 처음부터 선발로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물론 선수 선발에서부터 선수 기용은 모두 감독의 고유권한으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다만 경기력이 되지 않는 선수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선 시켰을 때는 마땅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전술이나 선수 선발을 수정해야 하는 유연함도 보여야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의 완고함 덕분에 박주영은 두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고, 이렇다할 위협적인 장면 하나 만들지 못 했다. 이처럼 홍 감독은 자신이 부린 고집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으며, 탄탄대로를 걷던 감독 경력에 오점을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