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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STV]노재환 칼럼, 무연사회의 죽음,그 뒤안길에 서다

  • STV
  • 등록 2013.02.16 10:56:12

고독한 죽음, 그 뒤안길에 서다

 

▲노재환 본지 논설위원
서로 간에 관계를 맺는 인적 결합체의 비극적인 결말, 내겐 너무나 을씨년스럽고도 복잡 미묘한 삶의 단면들이 타인의 삶에서는 아주 쉽고 단순해 보이곤 한다. 살아간다는 것도, 그 안에서 사랑한다는 것도, 심지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도, 그것들이 대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쉽사리 대담해진다. 요컨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몰상식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몰상식함은 유희와 뒤섞여 그 몰상식함에 유희를 공유하는 이름 모를 작은 무리들을 생산해내곤 한다.

물론 집단의 결속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류의 역사는 개인이 서로 간에 관계를 형성하는 인적 결합체의 장악력에 맞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제 영역을 넓혀왔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엿보는 죽음의 한 형식인 무연사(無緣死)도 집단과 개인이 맞서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핵가족화가 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이기적 개인주의로 팽배해져 이웃은 물론 혈육 간에도 냉대해지는 사회현상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놀랄 만큼 경제가 발전하고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편리한 생활로 점차 인간미는 없어지고, 양극화(兩極化)와 함께 각박한 현실이 되고 보니 섬김과 용서 그리고 사랑의 공동체가 생활중심이었던 옛날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하면 푸성귀로 목숨을 연명해오던 그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누구의 자식이 다치고 어느 집 어른이 병석에 누워 있으면 함께 모여 걱정하며, 죽 한 그릇이라도 들고 들락날락 분주했고, 멀리서도 소식 듣고 새벽길을 재촉하여 그 병에 용하다는 약초를 전해주며 정겹게 살던 그때가 어쩌면 사람 사는 진정한 이웃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존재와 무'라는 대저(大著)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는 실존 특유의 존재특성을 놓고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것은 ‘불안’과 ‘고독’과 ‘절망’이다. 또한 그는 이를 두고 홀로 탄 삼륜차 바퀴와 같다고 했다.

그 앞바퀴가 고독이라면, 평생 홀로 굴러간 가장 고독한 삶의 상징적인 존재로는 누가 꼽힐까? 바로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와 독일 철학자 니체다. 두 거장 모두 시대의 예외자였고 남한테 조금도 이해되지 않은 채 사상과 생활 전부에 걸쳐 지극히 고독했던 42년과 45년의 짧은 삶을 각각 살았다.

또한 62년 평생 단 한 번도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또 제자 말콤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평생 대화가 없어도 섭섭하진 않았지만 가끔 미소를 건넬 사람은 그리웠었네!"라고. 케임브리지대 교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넥타이를 단 한 번도 매지 않았다는 그가 전혀 연회에 가지 않은 이유는 '군중 속의 고독'을 절감하기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한편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은 소설 ‘붉은 웃음’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안드레에프가 그의 작품 ‘도회(都會)’에서 '근대 도회는 고독이 모여 이루어졌다'고 한 데서 유래됐다. 군중 속을 걸어도, 군중 속에 묻혀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독은 삭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자식이 있고, 없고 간에 노후에 버려진 채 홀로 또는 병마에서 죽는 줄도 모르게 죽어가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그간 정부에서도 서민과 노인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대응책도 마련하려 애써왔지만 현실적으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돈과 재물이 많고 지위와 권세가 있고, 높은 학력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눈은 볼 수 없고, 귀도 들리지 않고, 말마저 할 수 없었던 헬렌켈러의 위대한 사랑이나, 아프리카의 남(南)수단에서 젊음을 불살은 이태석 신부와 같은 그런 숭고한 희생을 요구하는 사랑이 아니라, 나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불쌍한 생명과 영혼을 구원하는데 힘으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일찌감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노령화 국가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벌써부터 각종 폐단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일본을 뒤흔든 유행어는 ‘무연사회(無緣社會)“다. 일본사회 특유의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붕괴돼 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단어이며, 더 나아가 일본의 가난한 노인들이 돈이 없어 인관관계가 끊겼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노인들의 문제는 서글픈 죽음인 고독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본은 매년 3만 명의 고독사가 보고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사람 사이의 정이 많다고 알려져 왔다. 실제 그럴까?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자살자가 나오는 건지?”라며 “자살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파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우리 또한 절대 밟지 말아야 할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재생전략으로 실버산업을 육성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시니어 층의 부를 젊은이들에게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내수경제 활성화와 취업률 향상, 투자 활성화 등 경제 활력을 꾀한다는 방침까지 이미 내놓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홀로 사는 가구가 무려 453만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그 중엔 독거노인도 많고, 나 홀로 쓸쓸히 죽음을 선택하여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변사 관련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관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나홀로 죽음이 파편화된 사회의 결과물인 만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쓸쓸하게 홀로 죽음을 맞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이제라도 우리 실정에 맞는 정부의 배려어린 세심한 정책과 지역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각자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모아져야 할 때다.

【노재환 논설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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