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한 실험적 비평서
수필가 윤남석의 ‘찢어진 청바지 틈’은 국내 문달한 예술가의 작품에서 ‘새로운 미학 창조하기’를 시도한 첫 실험적 비평서다. 찢어진 청바지 틈으로 보이는 육감적 미감이 돋보이는 해석이요 비평이다.
문학이 현실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내려 보고자 하는 행위라면, 어떤 텍스트에서 또 다른 텍스트를 뽑아내는 작업은 즐거움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움은 의미 있는 텍스트의 근거가 되는 가치를 알게 했고, 텍스트는 예측불허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게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그렇게 텍스트를 통해 예술적 형상화 대상이나 주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천착의 욕망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욕망의 진실은 표현기법의 다양화를 이끌어내게 했다. 오랜 관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예술 장르와 통합을 통한 새로운 시도, 그것은 바로 문학적 크로스오버(Crossover)였다.
명품이 명품을 만든다
견고하기만 했던 장벽 깨기의 첫 번째 작업은 ‘~다워야 한다’라는 고리타분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텍스트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문정희, 김선우, 박순원, 김훈, 박운식, 공광규, 김이듬, 이대흠, 권희돈 등의 문인과 사진작가 남경숙, 화가 강요배, 설치미술가 장지아, 가수 이소라, 한병문 장도장, 임성안 목조각장 등의 예술세계를 통한 변별력 있는 해석 작업, 텍스트의 내부에서 텍스트를 갱신하고, 텍스트의 외부에서 색다른 텍스트를 창안하는 작업, 텍스트라는 바운더리 안에 갇혀 있길 거부하는 속성을 구상하고 인지하고 수용하는 작업, 그렇게 텍스트 안에서 처절하게 텍스트와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동업자 의식에서 벗어나다
그동안 문학판에서 이루어진 텍스트를 통한 비평은 이론적 접근을 통한 문예 비평적 성격이 강했고, 동업자 의식에 편승된 추켜 세우기식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약간 ‘삐딱하게 보기(looking awry)’를 통한 새로운 변용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참이었다.
재미없고 딱딱한 비평적 견지에서 비껴나서, 재구성을 통한 색다른 의미 부여와 해체적 관찰을 통한 창조적 해석으로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고로 예술적 자아와는 전혀 다른 시각의 문화적 상상과 의미화 과정을 통한 창조적 울림이 신선하게 독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 어울림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끌어들여 접목시켜야 했고, 그 새로운 조명을 통해 고정화된 장르적 영역의 껍질을 깨는 실험적 산문의 세계를 저자 나름대로 열어보고자 함이었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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