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진의 새로운 문을 연 사진가들과 작품세계 조명
‘1인 1디카’ 시대라 할 수 있을 만큼 카메라의 보급이 일반화되었다. 몇 년 전부터 삼청동 홍대 등 서울 시내의 트렌디한 거리를 걷다보면 값비싼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자신이 걷고 있는 장소,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 사진으로 단순히 일상을 담아내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시선을 통해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20명의 작가들이 있다.
사진은 예술이다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논의되었던 사진의 예술성 여부는 오랜 논의 끝에 ‘사진은 예술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결론 내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누구나 카메라가 있고,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예술로 인정받는 사진을 찍기란 더욱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시공사 예술서적 브랜드인 시공아트에서 출간한 ‘사진을 바꾼 사진들(최건수 지음, 시공아트 펴냄)’은 사진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나가는 20명의 국내 사진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였다. 책에 등장하는 20명의 사진작가들은 때론 무모한 도전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진 작품을 만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저자인 최 건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들의 작업을 이끌어 나간 20여명의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애정 어리고 솔직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사진, 상상에서 새롭게 태어나다
1부에는 사진에 무한한 상상력을 입혀 새로운 예술로 탄생시킨 10명의 작가들을 소개한다. 강홍구, 김병걸, 데비한, 유현미, 이상현, 임양환, 임 택, 장승효, 정동석, 천경우 등 사진에 조소, 그림, 디자인 등을 첨가하여 색다른 예술로 만들어 낸 작가들은 작품과 의도는 다르지만 상상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사진 작업을 이뤄냈다.
김병걸은 고독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고 사진과 조각을 결합한 예술을 완성한다. 또한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고 비너스 조각을 뒤튼 데비한, 조각조각 오려낸 사진의 파편들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 장승효 등 10명의 작가는 장르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자유로운 작업을 통해 그들만의 사진 예술을 창조하였다.
사진, 새로운 시선으로 카메라를 보다
2부에는 독특한 시각 하나로 새로운 사진 세계를 연 10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제주도의 오름을 미학적으로 담은 고남수와 사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은 구본창을 비롯하여 김대수, 김윤호, 노순택, 민병헌, 염중호, 이정진, 주상연, 최병관 등 새로운 기법과 재료 없이 독특한 시각 하나로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연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담아냈다. 기교 없이 평범한 일상과 하찮은 물건을 찍어 하나의 사진 작품으로 만들어낸 그들은 오랜 시간 성찰하고 탐구하여 이뤄낸 결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책에 등장하는 20명의 사진가들은 각자 고유한 생각과 방식,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사진으로 조각을 만들거나,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들거나, 사진 속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진을 창조해낸다. 그들은 사진의 본질을 알고 그 가치를 탐구하여 작업하기에 한국 현대사진의 새로운 문을 연 사진가들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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