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호근 기자】=오는 19일부터 성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된다. 법무부는 17일 성범죄 친고죄 폐지 및 처벌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성범죄 관련 법률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알렸다.
우선 강간죄, 강제추행죄,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죄 등이 해당하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전면 폐지된다.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피해자에게 무리한 합의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자 피해자의 고소 및 합의 여하를 불문하고 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또 형법상 유사강간죄가 신설됐다. 기존에는 아동‧청소년‧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에만 적용됐던 유사강간죄는 형법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구강, 항문 등을 이용한 추행행위를 별고 구성요건으로 신설했다. 예를 들어, 종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했던 구강성교는 앞으로 2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가중 처벌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강간죄의 대상도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했다. 성인 남성에 대한 강간죄도 처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성인 대상 성범죄의 객체가 부녀로만 한정돼있어 남성에 대한 강간 등 성적 자기 결정 침해 행위에 대해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감안한 것으로, 이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선진 입법례에서도 성범죄의 객체에 남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성범죄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신설해, 기존에는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되던 것이 법리상 논란의 여지로 개정되어 공중화장실, 대중목욕탕, 백화점‧체육관 탈의실 등에 침입해 몰래 엿보거나 몰래카메라 촬영 등의 행위도 성폭력범죄로 처벌한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에는 기존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외에 1년 이하 징역형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되며,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 및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의 제작‧수입‧수출죄의 법정형도 기종 5년 이상 징역형에서 ‘무기징역형’을 추가했다. 아동‧청소년을 통한 성매매의 법정형도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정의를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등으로 넓혀 ‘소지’의 개념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소지한 자로 명확히 했다.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또는 장애인에 대한 강제추행죄‧준강제추행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고, 강간살인죄도 피해자 연령이나 장애 유무와는 상관없이 공소시효를 없앴다.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형의 감경 규정을 대부분 성폭력범죄에 대해 배제함으로써 주취 상태에서의 성폭력 범죄도 엄벌하며, 기존에 읍‧면‧동까지만 공개했던 성범죄자의 주소를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 공개 대상을 확대했다. 또 형 집행이 종료된 성폭력범죄자도 보호관찰을 받도록 했으며, 사안에 따라 긴급한 경우 사전 영장 없이 전자발찌 수신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이 밖에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지원 대상을 전체 성범죄 피해자로 확대하고,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나 장애인 성범죄 피해자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진술조력인 제도가 도입된다.
이와 함께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법률의 효력이 사라진 혼인빙자간음죄 규정도 폐지됐다.
root2-kr@hanmail.net
www.s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