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례와 죽음을 주제로 한 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달랐다.
물론 1996년 이청준 작가의 장편소설 ‘축제’가 있긴 했지만 장례와 죽음을 주요 소재로 다룬 문화 콘텐츠는 찾기 어려웠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가 도래했음에도 죽음이 터부시되는 문화는 쉽사리 죽음이라는 소재로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조금 바꿔준 소설이 있다.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상실의 시간들’이다.
『상실의 시간들』은 최지월 작가의 데뷔작으로 2014년에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됐다. 주인공이 어머니를 잃은 지 49일째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99일을 지나 이후의 삶까지 계속된다.
파스칼 보이어는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한 직관적 기대는 오래 유지된다”고 했다. 보이어의 말처럼 주인공은 끊임없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돌아보고 애도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어머니와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던 아버지에게도 시선을 보낸다.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적 혼란을 정리하고자 집필을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로 거의 2년 간 몰두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애도를 넘어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했다.
『상실의 시간들』의 원래 제목은 만가(挽歌)였다. 만가란 전통 장례식에서 상여를 메고 갈 때 수레를 끌면서 부르는 애도의 노래다. 죽은 이를 위로하는 노래를 말한다.
하지만 편집부가 ‘만가’라는 단어가 20~30대 독자들에게 생소하고, 그 뜻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직접적으로 와닿기에 제목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 작가는 여전히 ‘만가’가 이 소설에 더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본다고.
소설을 차분하게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 그리고 애도의 과정을 온전히 보여준다. 『상실의 시간들』은 격렬한 슬픔과 차분한 애도가 모두 존재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