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 꽃이 피다
김명희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섬’이 오랜 퇴고 끝에 출간되었다. 섬 하나에 이야기 하나를 엮어 다도해 같은 집을 만든 것이다. 한 하늘을 이고 같은 바람을 끌어안은 ‘사람이 그리운 섬’, 바로 우리들의 섬이다. 지금 외롭다면 눈을 들어 옆에 서 있는 섬을 보라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걸어보라고 한다. 그 섬도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리운 섬
각자 섬으로 서 있는 다도해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우리네 인생도 다도해와 같다. 각자 섬으로 서 있고, 그 섬마다 이야기가 있다. 푸른 바다에 하얀 선을 그리며 배들이 이 섬 저 섬으로 마실 다니며 사람들을 풀어놓기도 한다. 세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어 놓고 가면, 파도들이 달려와 놀아준다. 그러다 어두운 밤이 되면 검은 바다에 몸을 담그고 온전히 혼자가 된다. 그래서 섬은 늘 혼자이다. 우리가 혼자인 것처럼.
사람은 섬이다
‘사람이 그리운 섬’에서도 날이 밝으면, 바람이 지나가며 아는 체를 한다. 그리고 새들이 찾아와 동백섬의 동백이 얼마나 예쁜지, 돌섬 바위 사이에 있는 둥지에 알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허리가 휜 소나무가 얼마나 심심해하는지, 이 섬 저 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섬은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수필가 김명희는 ‘사람은 섬’이라는 것, 사람이 그리운 섬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가 꿈꾸는 섬
김명희가 꿈꾸는 섬은, 소리 내어 옆 섬을 부를 수 있는, 물속에 잠겨있는 팔을 들어 만져보고 싶은, 바닷물에 몸 담그고 체온을 나누고 싶은 그런 섬이다. 섬과 섬 사이에서는 다리가 이어지기도 하고 배가 사람을 태워 나르며 섬을 이어주기도 한다. 바로 관계이다. 사랑과 관심이 섬과 섬을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요, 커다란 배다.
섬 하나하나가 모여 마을을 이룬다. 한 하늘을 이고, 같은 바람을 끌어안고, 새도 품어주고 꽃을 피워내 나비도 맞아주는 아름다운 섬이 바로 우리들의 섬, ‘사람이 그리운 섬’이다.
희한한 새
큰 아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엄마. 희한한 새가 다 오네요.” 한다. 어떤 새가 왔기에 그런가 하고 봤더니, 그 흔한 참새다. 아마도 가까이서 자세히 본 적이 없어 낯선가 보다. “네가 모르면 희한한 새냐?” 하고는 가만 생각을 해보니, 우리는 잘 알지 못하면 낯설어하고 거리감을 느낀다. 알려고 하기 전에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고, 관계를 맺는 것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설명한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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