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회억하는 서울 토박이의 ‘7080’(칠공팔공) 세대 이야기
인터넷 문명 세대가 잃어버린 반딧불이 같은 서정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은미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7080’(칠공팔공)을 출간하였다. 제목에서 비치듯이 저자의 이번 수필집은 4~50대 연령층이 살아온 아날로그 세대가 그 배경이다. 따라서 모든 정서와 서정이 인터넷 문명 세대와는 다른, 날것의 아날로그 삶에서 체험된 소재들이다.
인터넷 문명은 까맣게 잊어버린 반딧불이 같은 서정들로써 이 김은미 수필집에는 서울을 직접 부대끼고 만지며 유년 시절을 보낸 풀잎 같은 감성이 배어 있으며, 7·0·8·0(칠공팔공)세대의 가난하지만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대한민국 심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세월이 변하고 변하여도 서울 이야기는 아스팔트의 잡초처럼 끄떡없이 살아간다.
중년을 사는 우리 어린 시절 이야기, 가난하지만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돈으로 애정을 사고파는 요즘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작지만 큰 이야기. 잠에 취해 비실거리며 일어난 딸을 안아 요강에 앉혀 품어주시던 어머니, 폭포 쏟아지는 소리에 빙그레 웃으며‘ 가시나가 소리 한 번 요란하다.’ 하시던 그 시절 이야기이다.(소설가 박래여)
엉킨 추억의 실타래를 솔솔 풀어나가는 묘미를 아는 사람은 그 속에 빠져서 헤쳐 나오기 싫어한다. 작가의 옴니버스식 이야기가 우리를 신나는 추억 여행의 버스를 타게 했다. 일반적인 사건도 주인을 잘 만나면 특수한 사건으로 격상된다. 김은미 작가의 글이 그러하다. 추억 속 주인공은, 작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시인 이정희)
섬세한 심리와 서정 묘사가 마치 완성도 높은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문장에서 드러나는 자유분방한 어투들은 김은미만의 수필적 색깔이다. 비록 개인 환경을 밑절미로 하지만 그 시대의 정서와 서정의 역사가 담겨 있으며, 휴머니즘의 순수한 정조, 자연주의적인 삶의 철학 들이 인터넷 문명주의를 성찰케 한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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