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18일 국회 국방위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핵심기술 이전 문제로 논란을 산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예산을 증액시켜달라고 했다가 "초등학생 같다"는 핀잔까지 받았다.
발단은 장 청장이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KF-X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670억원으로 확정될 경우, "'KF-X 개발이 2~3년 가량 늦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데서 비롯됐다.
방사청은 애초 KF-X 사업 예산을 1618억원으로 책정했으나 기재부 협의과정에서 670억원으로 삭감 됐고, 감액된 정부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장 청장의 언급은 올해 예산이 정부안대로 깎일 경우, 정부가 2025년도로 설정한 KF-X 사업이 2~3년 늦춰질 수 있다는 경고였던 셈.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후 속개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헌법 54조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오게 돼 있다"며 "그 정부예산에 대해 방사청장이 증액을 안시켜주냐고 지금 말씀하시는데, 그말씀은 기재부와 국무회의석상에서 해야할 말이지, 그런건 안하고 왜 이제와서 국회 국방위에 와서 뒤늦게 이러느냐"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또 "결국 948억원 증액을 안시켜주면 (KF-X 사업)이 2~3년 늦어진다는 말씀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장 청장의 겁박성 발언을 비판했다.
정두언 국방위원장도 "우리나라 예산은 탑다운(top down, 재정당국이 정해준 예산 한도내에서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 예산이 원칙"이라며 "이게 정말 중요한 예산이었다면 국방부 내에서 예산을 조정해서 처리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노력은 안해보고 이제와서 국방위에서 증액해 달라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지금 보면 초등학생이 투정부리는 것 같다"면서 "정부안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지, 그런 노력도 안하지 않았나. 정말 듣고 있기 어렵다"고 장 청장을 원색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도대체 예산증액이 안되면 (KF-X 사업이) 2~3년 늦어진다는 근거는 뭐냐"고 따졌다.
이에 장 청장이 "초기년도에 제대로 된 투자를 안하면 제대로 인력도 배치못한다는 것"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니까 그게 근거가 뭐냐는 것"이라고 몰아부쳤다.
장 청장은 결국 "제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라고 두리뭉술한 답변을 했고, 김 의원은 즉각 "국민들이 지금 이 문제로 걱정하고 있는데 근거를 정확히 들고 말씀하셔야 할 것 아닌가? 지난번 핵심기술 이전 문제만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다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근거없이 말하면서 문제를 키운것이잖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장 청장을 비롯한 방사청 실무진은 기재부와 예산협의 과정에서 기재부 어느 인사가 KF-X 사업 예산을 감액시켰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정두언 위원장은 "누가 기재부에서 그렇게(감액) 하라고 했는지 말씀을 못하시고 있는데 제가 말씀드릴까요? 그렇게 하라고 한 사람은 기재부 장관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이다. 개인이 정한게 아니다. 기관이 정한 것이다. 제 말이 틀렸나"라고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결국 한 청장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방위는 지난 달 30일 전체회의에서 가결한 대로 KF-X 사업 예산안을 670억원으로 확정해 예결위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