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최근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정치권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과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병국 의원은 "이 문제(국회법)를 갖고 일각 청와대 비서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도저히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글자 하나 고쳤을 뿐이니 어쩌니 하면서 입법부를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국회법 개정안 중 '요구'를 '요청'으로 고쳐 정부로 이송한 것을 두고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한 글자를 고쳤는데"라며 "그렇다고 우리 입장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어 "이 문제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처리되거나 진행돼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를 해야할 때"라면서 "서로 그 법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헌법쟁의소송 등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 문제로 정치판을 깨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건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대통령의 문제도 아니다. 당청 간의 문제도 아니다"며 "14대~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배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똑같이 다뤄왔지만 이번과 같은 결론을 내지 않은 이유는 딱 한 가지. 위헌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국회가 기껏 한다는 것이 입법과 국가예산에 대한 심의와 확정하는 두 가지 기능인데 그 중 하나인 입법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넘겨놓고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고 이렇게 던질 수 있느냐"며 "적어도 이 정도는 정리해줄 수 있는 70년 된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와 청와대 간의 관계는 사실상 '끝'이 아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경우 당내 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과 함께 사퇴 이야기도 회자되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유 원내대표가 야당 원내지도부와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지난번 야당과 공무원연금법 협상을 하면서 야당이 자꾸 다른 것을 들고 나오니, 청와대가 보기에도 협상력이 없어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국회와 청와대 간, 또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켠에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 어린 전망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할 거란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 비박계 의원도 청와대도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성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권을 당장 행사하지 않고 여론의 추이를 볼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제성을 거의 없애고 보냈기 때문에 이의서를 쓰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의요구가) 안 오겠지 싶다"고 전망했다.